내 인생에 봄날 가져다준 '빗속의 여인'
중앙사보 2015.08.24
웨딩스토리  구본준 JTBC미디어텍 영상취재기자
그날은 비가 내렸습니다. 그를 처음 만난 날이지요.
친구의 회식 자리에 끼어 있던 저는 말을 걸기는 커녕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습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스스로가 참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렇게 모임이 끝나고 그는 우산도 없이 택시를 잡으러 길을 건너갔습니다. 그때 그는 누군가 뒤에서 뛰어오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비 오는 밤, 찻길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릴 리가 없는데 말이죠. 이거 쓰고 계세요. 전 그에게 우산을 건넸고 비를 맞으며 택시를 잡았습니다. 제 뒷모습을 모면서 이 남자… 택시 진짜 열심이 잡는다고 생각했다더군요.
택시를 잡는 일마저 열심히 하게 만들었던 그를 다시 만난 건 1년 반이 지난 후였습니다. 맥주 한 잔 하자는 친구의 연락에 혹시 그녀가 올까?라는 왠지 모를 기대를 갖고 약속 장소로 향했습니다. 소망은 현실이 됐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요. 그날도 여전히 말 한마디 못하고 애꿎은 맥주잔만 만지작거리다 결국 또 열심히 택시를 잡아줬습니다.
그렇게 인연의 끝은 끊어지는 것 같았죠. 그런데 다음날부터 종일 그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겁니다. 전 결국 이튿날 친구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내가 밥 먹자 하더라고 물어봐. 좋으면 사과, 싫으면 배라고 보내라고 해.'
톡을 보내놓고 맘 졸이던 중 전화가 울렸습니다. '사과라는데?ㅋㅋ' 그렇게 만남은 시작됐지만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직장에서 대전 발령을 받았습니다. 장거리 연애가 시작됐지요. 하지만 물리적 거리를 느끼지 못할 만큼 달달했습니다. 그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나무처럼 변치 않는 우직한 제가 좋았다네요.
저는 제 인생의 봄을 가져다준 그의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사랑합니다. 그는 다른 방송사에 시사 PD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동종업계에 종사하니까 조언할 수 있어 더 행복합니다. 결혼 준비를 하는 기간에 많이 싸우고 힘들다고 하지만 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희 팀 동료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지만요. 문득 그날의 답이 사과가 아닌 배였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봅니다. 아직도 제 인생은 겨울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배는 꿈에서도 안 먹을 겁니다!
일시: 2015.8.29 오후 1시 장소: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호텔 7층 두베홀
구본준 영상취재기자
첨부파일
이어서 읽기 좋은 콘텐트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