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취재팀과 계열사간 협력으로 스토리 쏟아낸 평창
중앙사보 2018.03.02

사람 냄새나는 기사에 집중
'이상호 슬로프' 본지 단독 보도

JTBC, 전용 공간서 생중계도

 

중앙일보가 만들어내는 스포츠 콘텐트는 다르다. 성적과 기록보다 ‘스토리’를 중시해서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준비한 여러 기획의 중심에도 ‘사람 이야기’가 있다. 어떤 기술로 금메달을 땄는지 설명하는 것 못지않게 해당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흘린 땀과 눈물의 의미를 짚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게 중앙일보 스포츠 기사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영미!”라는 외침 하나로 ‘국민 여동생들’로 등극한 여자 컬링대표팀의 별명 ‘마늘 소녀’가 바로 중앙일보 작품이다. 경북 의성 출신으로 의성여중ㆍ고 동문들이자 동네 선후배이기도 한 대표팀 선수들의 끈끈한 조직력 비결을 소개한 기사가 발단이 됐다. 선수들의 관계를 설명하며 의성의 지역 특산품에 빗대 ‘마늘 소녀’라는 인간미 가득한 애칭을 붙인 게 네티즌의 입소문을 타고 국내로,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걸 본 외신이 그들을 ‘garlic girls’라 부르기 시작하면서 이제 ‘마늘 소녀’는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의 또 다른 이름이 됐다. 사람에 초점을 맞춘 기사의 힘이다.


‘평창 스토리’를 완성하기 위한 중앙그룹 계열사들 간의 협력 플레이도 빛났다. 올림픽 베뉴(venueㆍ경기장)로 참여한 휘닉스 스노우파크는 ‘올림픽 유산’을 남기기 위한 플랜을 짤 때부터 중앙일보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상호가 58년 만에 설상 종목에서 처음으로 은메달을 목에 건 직후, 휘닉스 스노우파크에 ‘이상호 슬로프’가 생긴다는 중앙일보 단독 보도가 나왔던 건 이런 고민의 결과물이다. 두 회사가 휘닉스 스노우파크를 ‘스노보더의 성지’로 만들기 위해 함께 준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상호 슬로프’는 이미 여러 언론에 언급되면서 스노보더들 사이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한겨울을 강원도에서 보낸 취재팀에겐 우여곡절도 있었다.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이 한국 썰매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건 날이 하필 설날이라 신문을 발행하지 않았다. 담당 기자는 미리 차곡차곡 준비해 둔 스토리를 무려 16개나 되는 온라인 기사로 쏟아내며 ‘분노(?)의 마감’을 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쇼트트랙 골든 데이’로 기대를 모았지만 막상 ‘노 골드’에 그쳤을 땐 현장팀 전원이 ‘멘털 붕괴’를 경험하기도 했다. 스키점프장에서 악명 높은 체감온도 영하 30도짜리 대관령 칼바람과 맞닥뜨렸을 때, 강릉에 초속 20m의 강풍이 불었을 때 과장을 조금 보태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이번 평창올림픽 취재팀은 현장과 편집국이 긴밀하게 연결되고, 부서 간 구분 없이 하나로 움직였다. ‘컨트롤타워’ 정제원 부장을 중심으로 강릉팀, 평창팀, 사진팀, 영상팀, 내셔널팀까지 야전군의 조직력은 끈끈했다. 서소문 ‘내근 어벤저스’의 활약도 대단했다. 주요 이슈들을 실시간으로 처리해 현장팀의 어깨를 가볍게 해 준 eye24팀에도 감사 인사를 전한다.


개국 이후 네 번째 올림픽을 맞는 JTBC도 시간이 갈수록 보도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 JTBC는 아직 대회 중계권이 없기 때문에 취재진이 카메라를 들고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다. 경쟁사 기자들이 환한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선수들의 경기를 배경 삼아 스탠드업 할 때, JTBC는 비슷한 분위기를 내는 중계 장소를 찾아 뛰어야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선 그 고민이 사라졌다. 올림픽 중계 스튜디오로 사용한 ‘카페 아레나’에선 강릉 올림픽파크의 화려한 전경이 기자 뒤로 펼쳐졌고, JTBC 미술팀에서 지원한 커다란 JTBC LED 간판이 분위기를 더했다. 유선망인 랜선을 활용해 중계했기 때문에 앵커와 기자 간 생중계를 보다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난 선수들을 스튜디오로 초청해 인터뷰도 진행했는데 “우리 스튜디오로 가자”고 말할 때 자신감이 생겼다. 선수 인터뷰를 할 때마다 인근 카페 한편을 빌려쓰곤 했던 이전 올림픽에 비해선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카페 내부는 훌륭한 워크룸이기도 했다. 그 안에서 기자들은 기사를 쓰고, 때론 출출한 배를 달래고, SNS 서비스인 JTBC 소셜 라이브 방송도 했다. 한국에서 열린 이번 올림픽에는 파견 기자 인원도 확 늘었다. 그래서 꿈은 조금 더 커진다. 2020년 도쿄 올림픽 때 더 발전할 JTBC의 모습을 생각만 해도 신이 난다.

송지훈 기자ㆍ중앙일보
온누리 기자ㆍJTBC

송지훈, 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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