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 고향 리포터 활약으로 '정치+재미' 두 마리 토끼잡았다
중앙사보 2018.06.07

각 지역 출신 기자 직접 출연
진주편 조회 수 20만 넘어


“지금까지 아무도 하지 않았던 것. 그리고 재미, 이렇게 두 가지만 있으면 되는 거예요.”
지난 4월 지방선거TF팀이 처음 결성됐을 때 이정민 편집국장은 이렇게 주문했다.


정치에 재미라니…. 거기에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것을 해야 한다고?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대선이나 총선보다 관심도가 떨어지는 지방선거인 데다 하필 올해는 북·미 정상회담(6월 12일)과 월드컵 개막(6월 14일)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처지였다. 누구도 이 선거에 관심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어진 ‘교시’는 숨통을 트이게 했다.
"망해도 좋아요. 왜 망했는지 이유만 확실하면 됩니다.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세요."
돌이켜보면 ‘이렇게 해도 되나?’하고 망설였던 적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저 말이 떠오르며 이상한 힘을 불어 넣어주곤 했다.
“망해도 좋아요.”
또, 하나.
“회사에만 있으면 재미없는 아이디어만 떠오를 테니 강남이든 홍대든 멀리 나가라”는 국장의 말에 우리는 정말로 멀리 나가서 회의하곤 했다. 햇살 좋은 날 서촌에 가서 커피를 홀짝거리기도 했고 파주출판도시에 가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정작 ‘빼꼼(Back home)리포트’의 결정적인 구상은 회사 앞에서 치맥을 하던 중 이태윤 기자의 ‘번뜩임’에서 시발됐지만 앞서 벌인 ‘나들이’가 자양분이 됐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빼꼼(Back home) 리포트’에는 중앙일보의 많은 역량이 모여 있다.
지방선거TF팀(권호·유성운·이현·이태윤 기자)이 전체 기획을 맡고 있지만 각 지역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구상하는 것은 고향 리포터를 맡는 각 부서의 기자들이다.


허진(정치부·경기도 평택), 정종문(정치부·경남 진주), 윤정민(산업부·부산), 홍상지(사회부·성남), 김준영(정치부·강원도 태백), 이정봉(ECHO·대구), 홍지유(사회부·광주), 윤석만(교육팀·충북 청주), 한영익(사회부·울산) 기자가 머리를 쥐어짜며 맹활약을 해줬다.
어떤 기자들은 출발하기 이틀 전에야 통보를 받고 ‘멘붕’ 상태에서 고향으로 떠나는 승합차에 오르기도 했다. 대부분 고향 소개 대본을 구상하느라 당일 새벽까지 잠을 설쳤다고 하는데, 이 기회를 빌려 고마움과 더불어 미안함을 전하고 싶다.
각 영상을 멋지게 편집해준 비디오데스크의 강대석 과장과 각종 행정적 지원을 차질 없이 도맡아준 조범식 과장도 TF팀의 핵심 멤버로서 빼놓을 수 없다.


‘빼꼼(Back home)’이라는 쏙쏙 박히는 네이밍은 김승현 정치부 차장의 작품이다. 이렇게 각 부서의 역량이 결집했지만 사실 론칭 전날까지 성공에 대해선 회의감도 컸다. 론칭 하루 전엔 왜 이 기획이 망했는지에 대해 어떻게 설명을 하면 될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첫 회였던 ‘빼꼼리포트-평택’편(5월 29일)은 당초 세웠던 목표치(조회 수 5만)를 두 배 넘더니 그다음 날엔 ‘빼꼼리포트-진주’편이 무려 20만을 넘겨버리는 기염을 토해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일각에선 ‘다음 총선 때도 제작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2년 뒤엔 과연 누가 고향으로 가는 승합차에 몸을 싣게 될지 기대해 주시라.
유성운 기자·중앙일보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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