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군 투병기 시로 쓴 '사부곡(思夫曲)'
중앙일보 중앙사보 2015.04.20
故 김동균 사우 부인 정국인씨 시집 『그를 두고 오는 길』 출간

책의 앞날개, 뒷부분 ‘지은이의 말’에 따르면 정씨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대학 졸업 후 일본계 은행 서울지점에서 12년간 일한 것이 사회생활의 다였다. 아들이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 온 가족이 저녁 식사를 함께한 토요일 오후 정씨는 기막힌 소식을 접한다. 복통을 호소한 남편이 검진 결과 손 쓸 수 없는 말기 간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2012년 가을의 일이다.

 

평생 시와는 상관없이 살아온 정국인(54)씨가 시집 『그를 두고 오는 길』(홍성사 펴냄·사진)을 펴냈다. 정씨는 2013년 세상을 떠난 고(故) 김동균 전 코리아중앙데일리 경영총괄 겸 편집인의 부인이다.

 

그를 두고 오는 길 대표 이미지

 

30년간 신문기자로 일하며 늘 활기차고 건강해 보였던 남편. 정씨는 한동안 ‘커다란 비눗방울에 갇힌 채 허공을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투병 일지를 쓸 요량으로 각종 검사 결과, 의사 지시사항, 남편의 식사량 등을 적었다. 순간순간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과 함께 글로 풀려져 나왔다. 울음이자 신음인 시, 기교 없이 소박해 더 진솔한 50여 시편들이다.

 

‘시작(詩作)’이라는 제목의 작품에서는 시를 쓰지 않을 수 없었던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뭔지 모를 덩어리가/내 안에 꽉 차서/그것을 비워 내지 않고는/터질듯 아파서/그저/적어 내려갔다’.

임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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