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뿌린 스타우트, 꿀 섞은 에일 … 맥주, 집에서 만들어 드세요
JTBC 중앙사보 2015.04.20
사우의 별별 취미 정민호 과장의 수제 맥주 빚기

대학 시절 맥주를 시키려면 선배들의 눈치를 봐야 했다. 맨 정신으로만 20년 살았던 터에 술은 취해야 맛인데 소주에 비해 비경제적이고 비효율적이란 이유였던 것 같다. 사회인이 되고 맥주 한 잔 정도는 주머니 사정 걱정 없이 마실 수 있게 됐지만 한국 맥주 맛에는 늘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인지 최근 한국에서도 크래프트 브루어리(Craft Brewery, 전통 방식 소규모 맥주 양조장) 시장이 커지고 있다.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선 소규모 맥주집 탐방이 가능해진 지 오래다.

 

그 중 한 곳에서 만난 친구의 말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집에서 맥주를 만들기 시작하면 더 이상 돈 주고는 못 마실 만큼 맛이 끝내준다”는 얘기였다. 용량이 10L인 입문용 맥주 키트(맥주 만들 때 쓰는 도구)를 구입해 집에서 만들어봤다. 한 달가량의 발효와 숙성 공정을 거쳐 완성된 맥주 맛은 나름 괜찮았다. 에일(Ale) 맥주가 내 취향에는 딱이었다. 하지만 요리로 비교하자면 이 간편한 키트로는 라면 끓이는 수준 밖에 되지 않아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다 충북 음성군에 있는 맥주 양조장 ‘코리아 크래프트 브루어리’에 견학을 가 그곳의 브루 마스터(맥주 공정 총책임자)가 생산한 갓 나온 맥주를 맛보게 됐다. 온라인 카페 ‘맥주 만들기 동호회’도 수제 맥주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얻는 데 도움이 됐다.

 

결국 나는 수제 맥주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맥주 공방 ‘소마공방’(서울 옥수동)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맥아(malt)와 홉(hop, 뽕나무과 열매) 등 재료 고르는 방법과 각종 장비를 사용하는 요령을 익히고 시중에 판매되는 다양한 맥주들의 제조기법을 배웠다. 맥아는 맥주·위스키의 원료가 되는 싹튼 보리를 일컫는다. 홉은 맥주 특유의 향기와 쓴맛을 주며 맥아즙의 단백질을 침전시켜 제품을 맑게 하고 잡균의 번식을 방지해 저장성을 높여준다.

 

사용하는 장비의 청결 유지와 재료의 정밀한 조합이 맛을 결정하는 다소 복잡해 보이는 공정이지만 직접 만들어보지 않으면 모를 일들이 있다. 끓인 맥아즙에 맥주 향과 맛을 결정하는 주재료인 홉을 넣을 때였다. 새끼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소량인 홉이 맥아즙과 함께 끓을 때의 향을 맡으면 ‘드디어 진짜 맥주가 나온다’는 탄성이 나온다. 맥주의 색과 종류는 맥아의 종류와 조합 방식으로 결정된다. 맛의 깊이와 향은 홉의 종류에 따라 좌우된다. 맥주의 종류는 크게 에일과 라거(Lager)로 나뉜다. 호기심에 스타우트(Stout)에는 커피를 넣어 보고 페일 에일(Pale Ale)에는 꿀을 넣어 발효해 본 적도 있는데 반응이 썩 괜찮다.

 

맥주를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팁은 이렇다. 맥주별 전용잔이 있다면 술을 받는 맥주 잔을 기울이지 말고 수직으로 세운 채 병 입구를 잔 안에 살짝 넣어 수직으로 쏟아준다. 풍부한 거품과 함께 맥주를 음미하는 방법이다. 봄 바람이 살랑이는 저녁이다. 맥주와 함께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기엔 더없이 좋은 때다.

 

정민호 과장과 그가 직접 만든 수제 맥주(오른쪽).

 

▶ 라거(Lager)=효모를 아래로 침전시켜 발효하는 하면(下面)발효 방식 맥주. 세계 맥주시장 점유율의 90% 이상 차지. 색에 따라 페일(Pale)·골든(Golden)·비엔나(Vienna) 등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보통 라거라고 하면 페일 라거를 뜻한다. 금빛 색상에 탄산감이 느껴진다. 국내 맥주인 카스·하이트·맥스와 미국의 버드와이저·밀러가 대표적이다.

 

▶ 에일(Ale)=맥아·홉·물의 혼합물 윗면에 효모를 띄워 발효하는 상면(上面)발효 방식 맥주다. 라거에 비해 홉의 진한 맛과 쓴맛이 강하다. 또 효모가 활발하게 발효하면서 과일·꽃 향기를 뿜어내는 게 특징이다. 영국의 페일 에일(Pale Ale), 인디아 페일 에일(IPA), 스타우트(Stout), 포터(Porter)와 독일 바이젠(Weizen) 등이 있다. 아일랜드 기네스, 영국 런던프라이드, 벨기에 호가든, 독일 바이엔슈테판·에딩거가 있다.

정민호 과장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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