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년 맞은 JTBC 팩트체크 오늘도 가짜 뉴스와 전쟁 중입니다
중앙사보 2018.10.04

2대 팩트체커의 제작 뒷얘기
기자 1명, 작가 4명으로 구성
검증 통해 ‘오류 제로’도전 

 

2014년 9월 22일 JTBC 뉴스룸이 첫걸음을 뗐다. 같은 날 ‘팩트체크’ 코너도 시작됐다.
 초대 팩트체커인 김필규 기자가 2016년 7월까지 1년10개월간 사실 검증에 주력했다. 현재는 오대영 기자가 2대 팩트체커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JTBC 팩트체크팀은 어떤 고민과 계획을 가졌는지 뒷얘기를 들어봤다.

 

일상이 돼버린 ‘가짜 뉴스’
“북한에 쌀 퍼줘서 쌀값이 폭등했다며?” 지난 추석에 많이 들었던 말이다. 북한에 주느라 정부 비축미가 바닥났고 이 때문에 쌀값이 크게 올랐다는 것인데, 8월 말부터 온라인에서 퍼진 거짓 정보다. 팩트체크에서도 다뤘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사실로 믿고 있었다.
지난 1년간의 아이템을 유형별로 정리해 봤다. ‘주요 이슈’에 대한 사실 확인이 33%였다.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 검증이 30%로 두 번째, 다음은 ‘정치인 주장’ 23%, ‘미디어 오보’ 14% 순이었다. JTBC 팩트체크팀은 기자와 4명의 방송작가로 구성돼 있다. 5명의 팀원은 오늘 뭘 체크할까?로 하루를 시작하고 내일은 뭘 체크하지?로 하루를 마감한다. 수치가 보여주듯 최근 팀의 고민은 가짜 뉴스에 모여 있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그 안에서 진위를 가려내는 일이 중요하다. 가짜 뉴스보다 팩트 체크된 기사가 더 많이 노출되고 더 넓게 확산하는 것이 목표다.

 

원자료와 당사자를 찾아라… 팩트체크팀의 원칙은
제1의 원칙은 ‘원자료와 당사자 확인’이다.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면 가급적 검증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평창올림픽을 앞둔 올해 초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유니폼은 인공기를 본떠 만들었다”는 루머가 퍼졌다. 팩트체크팀은 곧바로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에 연락해 유니폼을 디자인한 담당자의 설명을 들었다. 유니폼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도안도 확보해 보도했다. ‘반대자를 취재한다’는 것도 철칙이다. 우리가 다다른 결론과 다른 결론을 말하는 사람까지 추가로 확인하는 것이다. ‘팩트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있다. 어제까지 사실이었지만 제도나 상황 등이 달라져 오늘 새로운 사실이 생겨났을 수도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팩트체크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 번호 어떻게 알았어요? 선거캠프 답 못 하면 불법’이라는 아이템을 다뤘다.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막연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방송을 통해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연락을 줬다. 몇몇 캠프에서는 잘못된 개인정보 수집 방식을 고치겠다고 알려왔다. 탄핵 정국 때 퍼진 거짓 정보를 연속으로 검증한 일도 기억에 남는다. 특정 이슈에 대해 47회에 걸쳐 팩트 체크해 방송한 것은 아직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전임자인 김필규 기자가 검증한 공소시효 만료 윤창중 정말 무죄인가?는 팀원들이 꼽는 역대급 아이템이다. 워싱턴DC 경찰과 직접 연락을 주고받아 윤 전 대변인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밝혀냈다.

 

팩트체크에 뛰어드는 언론사들… JTBC의 차별화 전략
매일(평일 뉴스룸, 월~목) 하나씩 검증한다는 것이 표면적으로 가장 다른 점이다. 팀 체제로 운영한다는 차이도 있다. 팀원 5명이 서로 견제하며 매일 ‘오류 제로’에 도전한다. 무엇보다도 손석희 보도담당사장과 권석천 보도국장, 선후배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아이템 선정부터 취재, 검증, 결론에 이르기까지 보도국 차원의 지원이 없다면 팩트체크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팩트체크는 어떻게 진화할까
팩트체크의 미래는 가짜 뉴스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고 본다. 최근 미국과 캐나다에서 인공지능(AI)이 특정인의 목소리를 그대로 복제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이 내 목소리로 온라인에 퍼진다면 대혼란이 올 수 있다. 더 막강한 기술력을 탑재한 가짜 뉴스가 나타날수록 팩트체커들이 밤잠 설치는 일도 잦아질 수밖에.  오대영 기자·JTBC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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