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인도, 까불이 초등생도 "색칠 힐링 캠페인 고맙습니다"
중앙일보 중앙사보 2015.04.27
3월 첫 선 500여 건 응모 … 색칠하며 위안 받은 사연 이어져

지치고 상처 입은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졌고, 소중한 이들을 한데 모이게 했다. 어른에게는 동심(童心)을, 아이에게는 성취감을 선사했다. 중앙일보가 3월 9일 첫선을 보인 ‘색칠 힐링 캠페인’ 이야기다. 지금까지 소개된 4편의 밑그림에 색을 입혀 응모한 것만 500건을 훌쩍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3월에는 박광수 만화가의 그림 두 편이, 4월엔 황주리 서양화가의 그림 두 편이 선보였다. 색칠 힐링 캠페인은 6월까지 2주 간격으로 진행된다. 높은 관심과 큰 인기를 입증하듯 해당 사이트(coloring.joins.com)에는 가슴 뭉클하고, 때론 미소가 지어지는 사연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 중 몇 가지를 골라봤다.


한 학급 25명 협동작품 만들기도

삼남매 아빠 "가족 체온 느낀 시간" 
 

치매를 앓고 있는 90세 시어머니를 7년째 수발 들고 있는 주부 박인애(58)씨. 시어머니 걱정에 집 앞 상점에 잠시 다녀오기도 주저한다. 어쩌다 책을 잡아도 시어머니 수발을 들다 보면 다음 장을 넘기기도 힘겨웠다. 그런 생활에 작은 변화가 찾아온 건 3월 9일이었다. 평소처럼 중앙일보를 넘기던 중에 색칠 힐링 캠페인을 발견했다. 왠지 마음이 들뜨는 걸 느꼈고 색연필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방바닥에 신문을 펼쳐 놓고 몸을 웅크렸다. 만화 캐릭터들에 색이 더해질수록 머릿속 잡념이 달아나고 마음이 차분해졌다.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 신이 났다. 오랜만에 가져보는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그는 “신문을 색칠하면서 마음의 큰 위안을 얻었다. 중앙일보가 이 캠페인을 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명일초 4학년 3반 어린이들은 요즘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교실 바닥으로 모여든다. 황주리 작가가 선보인 밑그림에 색칠을 하기 위해서다. 학급 전원 25명이 4개 조로 나뉘어 ‘협동 작품’을 만들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맡은 부분을 색칠하면서 색연필·사인펜을 서로 나눠쓴다. 친구의 색칠을 보면서 소곤소곤 수다를 떨고 ‘까르르’ 웃음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이 색칠 힐링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 건 이영란 담임교사 덕분이다. 이 교사는 캠페인 취지와 밑그림을 보는 순간 미술시간에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개했다. 처음엔 각자 하나의 작품을 만들게 했고 이어서 협동작품에 도전하고 있다. 이 교사는 평소 장난이 심했던 한 아이가 차분하고 끈기 있게 색칠하는 모습을 보고 ‘폭풍 칭찬’을 해줬더니 너무 기뻐하고 뿌듯해했다”며 색칠 힐링이 협동심과 집중력을 기르는 데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삼남매 아빠’ 장항민(41)씨의 집 벽면엔 장씨와 유림(10)·유진(7)양, 유건(6)군이 색칠한 작품들이 나란히 걸려 있다. 장씨는 평소 바쁜 회사 업무 탓에 세 자녀와 함께 보낼 시간이 부족한 게 늘 마음에 걸렸다. 그러다가 중앙일보에 소개된 색칠 힐링 캠페인을 발견했다. 바로 이거다 싶었다. 그와 아이들에게 색칠은 좋은 놀이 소재였다.

 

어떤 밑그림은 서로의 체온을 느끼면서 힘을 합쳐 완성했다. 막내가 색칠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은 누나들이 도와줬다. 또 어떤 밑그림은 각자의 개성을 살려 색칠하면서 서로가 좋아하는 색상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같은 밑그림도 색칠하기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이 되자 아이들은 신기해했다. 장씨는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참여했는데 오히려 내가 어떤 색으로 칠할까 고르는 재미에 푹 빠졌고, 색칠하는 동안 근심·걱정이 싹 날아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광고사업본부가 기획한 ‘색칠 힐링 캠페인’은 앞으로 아이코닉스(뽀로로제작사), 김회룡 중앙일보 편집디자인부문 차장의 그림을 선보일 예정이다. 독자가 색칠한 그림을 사이트(coloring.joins.com)에 등록하면 매달 추첨을 통해 푸짐한 선물도 준다. 5월엔 가정의 달을 맞아 더욱 다양한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캠페인 사이트에 접속하면 밑그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임선영 기자
첨부파일
이어서 읽기 좋은 콘텐트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