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이 일의 밥줄이 끊기는 세상을 바랐습니다"
중앙사보 2019.06.13

200회 맞는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오승렬 PD의 소회


JTBC의 대표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가 6월 13일 200회를 맞이했다. 200회 특집은 '4개국 취재! 깨어나는 백두산'을 제목으로, 6월 6일과 13일 방송된다. 아래는 스포트라이트팀 막내 PD인 오승렬 PD의 소감.



스포트라이트가 200회를 맞았습니다. 한 발씩 한 회씩 빚어온 결과를 뒤돌아보니 뜻깊습니다. 막내가 소회를 늘어놓으려니 건방지고 부끄럽습니다. 아직 어려운 일투성이라 스포트라이트가 어떤 방송이다, 딱 잘라 말하는 것도 저에겐 참 어렵습니다.


탐사보도니까 정의와 진실을 무기로 악과 싸워야겠지, 같은 막연한 느낌 정도는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혼돈의 삶에서 정의, 선악 같은 말은 너무 어렵습니다. 우린 모두 하루하루를 간신히 하루씩 버텨내는 소시민이고, 그런 것들을 일일이 따져가며 살기엔 버텨내야 할 하루도 버겁기만 하고요.


다만 ‘정의란, 진실이란, 또 탐사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다 보면 문득 몇몇 말들이 생각납니다.


“우리가 살아온 자체가 진실, 그리고 정의, 내가 해병대 출신이지만 애들도 다 해병대 보내고 딸까지 군대 보낸 사람이야.”  (윤중천)

“짐승도 하지 않는 그런 악독한 짓을, 저는 절대로 그런 파렴치한 짓을 일삼는 저주받은 인간이 아닙 니다. 모든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는 반듯하게 살아왔고….”  (조두순)

“여든을 앞둔 나와 늙은 아내, 식물인간으로 병석에 누워있는 아들과 살 수 있도록 관대한 판결 내려달라”   (김기춘)


인간의 말에는 나름의 이치가 있기 마련인데, 종종 그게 잘 짐작되지 않는 말들을 만납니다. 아, 참 많은 이들이 각자의 독특한 ‘정의’를 외치곤 합니다. 이 시대의 보통 사람이 받아들이기에 난감한 ‘정의’들을 마주할 때, 그리고 그 난감한 ‘정의’ 바로 옆에 있는 아프고 약한 사람들을 볼 때저는 혼란한 정신을 추스르고 좋은 언론인이 되고 싶단 다짐을 괜히 되새기게 됩니다.


탐사보도가 주목받는 요즘이라 하지만, 사실 세상에 혼란스러운 일과 나쁜 놈들은 늘 있었습니다. 직업인으로서는 신나는 일이나 사인(私人)으로는 씁쓸한 일입니다. 이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이 일의 밥줄이 끊기는 세상을 바랐 습니다만 아마 불가능하겠죠.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투성이인 세상 속 200회면 이제 시작이니, 2000회, 2만 회까지 더 가열차게 달리겠습니다.

오승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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