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 굵은 산악기자와 무용가 … 우리 제법 잘 어울리죠
중앙일보 중앙사보 2015.04.27
웨딩스토리 김영주 기자

웨딩스토리 원고 청탁을 받고 밤을 홀랑 새우고도 한 줄 못 적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일보 디지털콘텐트부문 취재팀에서 일하고 있는 김영주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여행·레저·산악을 담당했습니다. 신부 될 사람은 김승희, 나이는 서른일곱, 한국무용 하는 친구입니다. 그래서 ‘나는 산 너는 무대, 나는 오르고 너는 춤추고, 우린 잘 어울려’ 이런 ‘억지 궁합’을 맞추곤 합니다. 닮은 점이 있다면 둘 다 허벅지가 굵어요.

 

만남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0월의 마지막 날, 소개받고 간 자리를 30분이나 늦은 데다 만나자마자 사무실에서 걸려온 전화에 소개팅 상대를 한 시간이나 그대로 앉혀 놓았습니다. 싸대기를 맞아도 여러 대 맞을 짓이지만, 그냥 봐주더군요. 나중에 물어보니 ‘얼마나 더 하는가 보자’ 이런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날 밤 ‘악명 높은’ 덕수궁 돌담길을 통과했습니다. 둘이 좋아하는 커피 얘기를 하면서요. 그리고 정확히 2주 후에 돌담길 옆 한정식에서 장인·장모님을 뵙고 ‘결혼하겠다’고 했습니다. 서른일곱 과년한 딸 데려가겠다고 하면 일면 환대받을 줄 알았더니, 또한 녹록지 않더군요. 가장 큰 이유는 종교의 벽이었습니다. 그래서 호언(豪言)한 김에 ‘결혼 전까지 세례를 받겠다’는 말까지 해버렸죠. 아직 세례는 못 받았지만, 현재 ‘주일을 함께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참고로 제 부친은 해남향교에 나가십니다.

 

나이 마흔이 넘어 소개팅으로 만나 반년 만에 ‘면 총각’ 해준 제 반쪽에게 고맙습니다. 웨딩사진 촬영을 비롯해 ‘내가 하기 싫은 모든 절차’를 통째로 생략했지만 ‘좋도록 해’라고 단박에 동의한 것도 참으로 고맙습니다. 적고 보니 웨딩스토리가 ‘내 신부를 소개합니다’가 됐습니다. 사실 밤새 한 줄 못 쓴 것도 ‘색시 자랑하는 삼룡이’ 소리 들을까 봐 조심조심하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아직 예식까지 2주 정도 남았는데, 까불다 손에 들어온 행운이 날아가버릴까봐서요. 아, 그리고 결혼식은 북한강변 잔디밭에서 봄바람 맞고 합니다.

 

*웨딩스토리에 대해 소정의 원고료와 메가박스 영화표 2장을 선사합니다.   

김영주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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