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발레, 운동화 수집, 이벤트 당첨 … 제 특기는 취미 수집이죠
중앙일보 중앙사보 2015.05.11
사우의 별별 취미 조기준 대리의 취미 수집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은 이런 명언을 남겼다. “창조는 지능이 아니라 내적 필요에 의한 놀이 본능을 통해 성취된다.” 쉽게 말하면 잘 놀아야 일도 잘한다는 말이다. ‘잘 놀았던’ 에너지가 축적돼야 다음날 출근길이 유쾌하고 근무시간이 상쾌하며 퇴근길이 통쾌하다. 이는 내가 다양한 취미를 수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회사 이력서의 취미·특기 빈칸을 꽉 채워 본 적이 있다. 가야금·재즈댄스·발레·마라톤·배드민턴·탱고·살사·기타·오카리나, 결혼식 축가 및 사회, 이벤트 당첨, 운동화 수집…. 내가 최소 2~3년에서 최대 10년가량 꾸준히 했거나 지금도 하고 있는 취미들이다. 이런 여러 가지 취미 중에서 가야금과 이벤트 당첨을 자세히 소개하고 싶다. 황병기 가야금 명인을 떠올리지 못한 지인들이 “여자가 하는 악기 아니냐”고 놀려도 난 꿋꿋했다. 7년째 우리소리여울국악원(서울 종로구 와룡동)에서 가야금을 배우고 있다. 참 어울리게도 국악원은 창덕궁 근처에 있다.

 

도톰한 가야금 몸체를 감싸는 명주실 12줄을 뜯어내느라 첫날부터 손가락이 남아나질 않았다. 반창고를 붙여가며 수업에 임했다. 욕심은 내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가야금을 배우기에 앞서 이런 질문을 한다. “몇 개월만 하면 되나요?” 몇 달 만에 가야금을 통달하려면 밤낮없이 끼니도 거르고 연주해도 모자랄 수 있다. 그만큼 배우기 어려운 악기다. 금방 잘하겠다는 마음을 비워야 한다. 오롯이 연주를 즐기는 무념무상(無念無想)이어야 오랫동안 할 수 있다.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시간은 결코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이젠 가장 느린 장단인 진양조부터 가장 빠른 장단인 휘모리까지 모두 연주가 가능하다. 올해는 국립국악원 정기공연에 초청 연주자로 참가할 포부마저 품었다.

 

조기준 대리가 7년째 배우고 있는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다.

 

하지만 지인들이 가장 호기심을 갖는 내 취미는 뭐니뭐니해도 이벤트 당첨이다. ‘대치동 족집게’ 선생이라도 되는 것처럼 나에게 비법을 알려달라고 눈을 반짝인다.

 

지금까지 난 TV·라디오·잡지·기업의 이벤트 등에 응모해 상품권·술·화장품·아이패드·김치냉장고 등을 받았다. 한 번은 개인 블로그에 내 당첨 비법을 살짝 공개했더니 한 TV 프로그램에서 출연 제의를, 한 기업에서 취업 제안을 받았다. “더욱 전문적인 분들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지만 종종 취미가 아닌 부업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당첨은 99%의 노력과 1%의 행운으로 만들어진다. 그렇다. 당첨 비법이 따로 있다. 하지만 맛집에선 마법의 양념장 비밀을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하니 비법을 공개 안 한다고 성토하지 마시길. 깊고도 암울한 심연(深淵)처럼 텅 빈 직장인의 호주머니를 쏠쏠한 비상금으로 알뜰하게 채워주는 ‘스몰머니 재테크’ 수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문의해온다면 알려드리겠다.

 

난 취미를 통해 축적해둔 즐거움과 깨달음의 에너지 덩어리를 힘들 때마다 적당히 잘게 썰어내 보충한다고 생각한다. 분명 힘든 직장 생활에 촉촉함을 넘어 시원한 단비가 돼줄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해온 취미들을 더욱 자세히 소개하고 싶은데 지면은 한정되니 아쉽다. 혹시 JTBC에서 패널로 초청해주신다면 열심히 수다를 떨 수 있다. 김칫국부터 마셔놓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다.

조기준 대리 중앙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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