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이병헌 등 5명의 감독이 들려주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영화 뒷 이야기
중앙사보 2019.12.12

메가박스 디렉터스 체어

관객과 함께 애정·열기 넘쳐


“한문학원에 은희가 뛰어들어 와서 선생님이 좋아요 하고 선생님에게 와락 안기는데 그 순간 조용해지고 뒷배경 창문 너머의 나무가 쏴 하고 바람에 움직이더라고요. 저건 저 순간에 신이 준 선물일까, 밑에서 강풍기를 세팅하고 스위치를 켠 것일까 하는 직업적인 궁금증이 있었어요.”(봉준호)


“제작비가 별로 없는데, 유일하게 강풍기를 썼던… (웃음) 농담이고요. 저희 영화에서 중요한 순간들에 바람이 계속 불었어요. 그 장면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는데 컷하기 전에 바람이 쓱 부는 거예요. 그래서 일부러 ‘컷’을 늦게 했거든요. 제가 생각했을 때 정말 그때가 신이 찾아오는 듯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김보라)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벌새>를 만든 김보라 감독이 영화 <벌새>의 한 장면을 두고 나눈 대화다. 메가박스와 한국영화감독조합이 협업해 11월 28일 메가박스 코엑스점 MX에서 진행한 ‘디렉터스 체어’에서다.


‘디렉터스 체어’는 지난해 메가박스 필름소사이어티에서 처음으로 기획한 토크 프로그램이다. 영화 상영 없이 이미 해당 영화를 관람한 관객을 대상으로 그 영화를 만든 감독과 직접 미공개 영상, 제작 비하인드 등을 공유하는 장이 됐다. 각자 영화를 관람한 뒤 더 깊게 작품을 이해하고 숨은 의도를 찾아보는 등 감독의 ‘특강’을 통해 색다른 경험이 됐다는 호평을 들었다.


올해에는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는 콘셉트로 5명의 감독이 한꺼번에 무대에 자리해 관객과 이야기하고 서로의 작품에 대해 묻는 ‘라운드 테이블’ 형식으로 진행했다. 오스카에서 후보작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행사와 비슷한 형식이다. 이에 대해 변영주 감독은 “이거 모두 봉준호를 위한 리허설이냐. 우리 모두 이용당하는 거예요”라고 관객들을 향해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화차>를 만든 변 감독과 <허스토리>의 민규동 감독은 모더레이터로 참여해 관객들이 궁금해하는 질문들을 감독에게 물으며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영화 뒤 영화감독들의 이야기를 이끌어냈다.


행사에 참여한 강형철·봉준호·이병헌·김보라·이지원 감독은 모두 올해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선정하는 ‘디렉터스 어워즈’의 감독상 후보였다. 올해를 되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을 선보인 감독들답게 이번 ‘디렉터스 체어’는 하루 만에 티켓이 매진됐다.


메가박스와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업무협약(MOU)을 통해 다년간 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번 ‘디렉터스 체어’ 행사뿐 아니라 2016년 필름 소사이어티가 론칭할 때 브랜드 영상에 감독들이 출연한 바 있으며, 필름 소사이어티 뉴스레터 ‘디렉터스 초이스’에 실을 감상평도 조합에서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행사를 진행한 메가박스 편성전략팀 송진영 대리는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에게 올해를 마무리하며 선물 같은 특전을 제공하고 싶어 여러 방법을 고민하다가 ‘라운드 테이블’ 형식으로 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다”며 “메가박스 필름 소사이어티 브랜드를 관객에게 더 잘 알리고 감독조합의 ‘디렉터스 어워즈’도 관객에게 알릴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송 대리는 “행사 직후 참여 관객이 감독들과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받기 위해 몰려 나오는 등 한국 영화와 감독들에 대한 애정과 열기를 볼 수 있어 의미 있었다”며 “앞으로도 필름 소사이어티가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에게 ‘인생영화’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은아 기자

김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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