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컸던 만신 '눕터뷰' … 재미있어 하며 흔쾌히 드론 촬영 응해"
중앙사보 2020.03.05

장진영 기자의 '편집기자가 선정한 올해의 사진상' 수상기


"굿거리에 상대방의 애환을 끌어들이고 '잘 될 거야'하면서 돌려주는 거지.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편한 잠을 자고 편한 밥을 먹으라는 축원을 주는 거야. 인생 살아볼 만한 힘을 주고 기도해 주는 것. 그 치유의 마음을 건네주는 게 무당의 역할이야."


지난해 설날, 한국의집에서 열린 신년 맞이 굿판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일인 다역을 하며 관객과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무당의 모습을 보니 그 어떤 오페라보다 생생한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무당이, 굿판이, 그들이 말하는 신앙의 세계가 궁금해졌습니다.


황해도 지역의 대표 굿인 만구대탁굿은 큰 무당만이 할 수 있는 굿으로, 평생 세 번 하면 많이 했다고 할 정도로 큰 규모로 펼쳐집니다. 민혜경 만신(萬神)은 만구대탁굿의 전수교육조교(보유자 전 단계)로 경기도 양주시 해동굿문화센터에서 전통 굿 보존에 힘쓰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그를 찾았습니다.


만남에 앞서 솔직히 부담감이 느껴졌습니다. 기에 눌리진 않을까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보면 어쩌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질문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네 시간에 걸쳐 담담하게 살아온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누워서 메인 사진을 찍어야 하는 눕터뷰의 콘셉트를 설명하니 재미있어하며 흔쾌히 굿에 쓰이는 용품들을 꺼내 왔습니다. 시루떡도 찌고, 상차림도 굿판에 쓰이는 그대로 차려주었고요. 그리고 근엄한 표정 대신 하늘 위 드론을 보며 환하게 웃어주었습니다.


이 사진으로 편집기자가 선정한 올해의 사진상을 받았습니다. 1년에 한 번, 편집기자들이 뽑은 상이라 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민 만신의 기운이 좋아서인지 사진기자협회에서 수여하는 제199회 이달의 보도사진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누워서 하는 인터뷰의 줄임말인 눕터뷰는 말 그대로 누워서 사진을 찍습니다. 편안한 자세로 마음을 털어놓는다는 콘셉트를 담아 지난해 1월부터 시작했습니다. 메인 사진에는 인물과 그가 소유한 장비들을 담습니다. 대상은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조금 특별한 이야기입니다. 한눈에 보기에 와, 이런 사람도 있네라며 소개하는 식입니다.


높은 위치에서 부감(俯瞰)으로 촬영하는 데 주로 드론을 사용합니다. 초면에 누우세요라고 말하기가 어색하기도 하지만 취재원 대부분이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응해줍니다. 현재 눕터뷰는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눕터뷰는 연재 주기를 늘리고 영상 등의 비주얼적 요소에 더 힘을 쏟을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장진영 기자·중앙일보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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