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아직도 전시상황 … 그래도 최근 완치자 늘어 희망 보여
중앙사보 2020.04.02

김윤호 대구총국장의 코로나19 취재기


직격탄을 맞은 대구 경제 심각

도와준 사람 안 이자뿝니데이


국군대구병원이 민간(民間)에 개방됩니다. 전시(戰時)에나 등장하는 간호 장교들이 대구에 옵니다. 구급차들이 도심 이곳저곳을 분주히 오갑니다. 지진 났을 때나 가끔 울리던 스마트폰 경보가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립니다.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안내방송이 귀를 때립니다. 도심 도로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렵습니다. 늘 북적이던 대구 동성로 한가운데의 식당·카페·백화점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문을 닫습니다. 전쟁 영화에서 음식이나 식수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서는 것처럼 마스크를 사려고 시민들이 약국·우체국 앞에 긴 줄을 섭니다. 전쟁이 난 것 같습니다. 마스크를 다들 찾으니, 화학전이 벌어진 듯합니다.


2월 18일 대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250만 명이 사는 국내 3대 도시인 대구는 순식간에 변해버렸습니다. 봄꽃 만개한 지금 이 순간도 대구의 풍경은 저 모습 그대로입니다. 6000명이 넘는 대구 코로나 확진자 중 84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문자메시지가 스마트폰에 조금 전에도 울릴 정도이니 말입니다.


마스크를 온종일 쓰면 귀가 아프다가 나중엔 두통이 옵니다. 그러고 나면 얼굴에 멍이 듭니다. 확진자가 거쳐 갔을 법한 현장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다 보면 이상하게 열이 날 것 같습니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이렇게 취재에 어려움이 있지만 대구가 고향인 제게 코로나 사태는 단순히 재난 상황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 이상의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가족의 건강이 걸려 있습니다. 총을 든 군인이 전쟁에 나가면서 가족과 고향을 지키겠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마음일 것입니다. 철저한 방역체계 감시, 신속한 현 상황의 전달, 이를 위한 치열한 취재와 정확한 보도. 이런 게 대구를 전쟁터로 만든 코로나와 싸우는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단독]전담병원인데도···텅 빈 소독제, 입원복·마스크도 없다' '[단독]대구에 위험한 확진자 355명···이 중 260명이 집에 있다' '대구에 수십만 장 보냈다며? 마스크 1세트 사려 새벽 5시부터 긴 줄' 같은 기사가 대구의 어려운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려 보려고 발굴했던 기사입니다.


심각한 대구의 경제 상황을 볼 때면 제가 작은 존재라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상황 전달, 고발, 치열한 취재만으론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대구의 경제 상황은 심각합니다. 지난 2월 25일 500년 역사를 이어온 대구 최대 전통시장 서문시장이 개장 이래 처음으로 휴업했습니다. 3월 1일 자율적으로 각 매장이 영업을 재개했지만, 아직 문 연 시장 점포 상당수가 정상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 명동과 같은 대구 동성로는 휴업에 더해 폐업이 속출합니다. 소상공인 매출은 70~80%가량 줄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갔다고 소문난 점포는 0원 매출 기록이 이어집니다. '1일 700명→30명 뚝 코로나19 종식 캠페인 앞으로 2주만 더 고통 참고 코로나 끝내자' 같은 기사를 쓰면서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분위기를 취재해 전달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인 듯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대구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많이 감소했습니다. 완치자도 많아졌습니다.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갔던 코로나 확산 기세가 조금은 꺾일 것 같습니다. 막 나가던 코로나 기세를 틀어막은 건 서울 등 전국에서 몰려든 1600여 명의 의료인과 각계각층의 든든한 지원 덕분입니다. 취재 중에 만난 시민들은 하나같이 감사해 합니다.


"우리 도와준 사람들 안 이자뿝니더. 코로나 곧 다 물리치고 나면 꼭 갚을 낍니더. 대구 사람들예. 은혜 절때 안 이자뿝니데이."


김윤호 대구총국장·중앙일보

김윤호 대구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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