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고 일할 권리 사라진 현장 … 지속적 관심이 언론의 몫"
중앙사보 2020.07.02

이달의 기자상 받은 JTBC '현대중공업 산재 사망' 취재 뒷얘기


JTBC의 탐사기획2팀과 기동이슈팀, 내셔널팀이 연속으로 보도한 '죽지 않고 일할 권리…. 현대중공업 산재 사망' 보도가 한국기자협회가 시상하는 '이달의 기자상'(5월) 기획보도 방송부문에 선정됐다. 탐사기획2팀 강희연 기자로부터 취재 뒷얘기와 소회를 들었다.


JTBC 뉴스룸은 지난 5월 21일부터 현대중공업 산재 사망사고를 연속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날은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 내 네 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한 날이었습니다.


고인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일어난 사고라고 말했습니다. 한 노동자는 민낯을 보여주지 않는데 고용노동부 감독이 제대로 될 리 있나요라며 취재진에게 되물었습니다. 취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습니다.


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의 감독이 시작되면 관리자가 감독관을 피해 노동자를 숨겼다고 했습니다. 아예 출근시키지 않을 때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의 정기점검 때도 노동자들은 관리자의 지시대로 짱박혀있었습니다. 그러다 감독이 끝나면 높은 구조물 위, 어두운 선박 안에서 어김없이 위험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죽지 않고 일할 권리가 사라진 작업 현장의 민낯을 집중적으로 추적했습니다.


특히 이번 취재는 탐사기획2팀뿐 아니라 기동이슈팀, 내셔널팀이 함께 이끌어왔습니다. 기동이슈팀은 표준작업지도서와 동료 진술서 등을 입수해 당시 현장의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사망사고가 났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내셔널팀은 현대중공업 내 또 다른 사망자의 작업일지가 조작된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런 노력이 모여 잊힐 뻔했던 산재 사고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과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이달의 좋은 보도상, 사내 우수상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과분한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선후배, 동료의 노력과 협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취재 중 한 노동자가 물었습니다. 그래서 (이 기사를 쓴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당시에 저는 적절한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노동자의 회의적인 반응은 당연했습니다. 사고는 반복돼 왔기 때문입니다. 보도 후 현대중공업은 3년간 3000억원을 들여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이 그 노동자에게 답이 됐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의 몫도 남았습니다. 일회성 보도가 아니라 작업 현장에서 노동자가 느낄 수 있는 변화가 이뤄질 때까지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끝으로 이런 보도를 JTBC 뉴스룸에서 비중 있게 다룰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신 권석천 보도총괄과 김성탁 보도국장에게 감사드립니다. 이 문제가 단순한 사건 기사로 끝나지 않도록 함께 고민해 주신 전영희 탐사기획2팀장과 팀원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강희연 기자·JTBC

강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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