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앞으로도 한발씩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중앙사보 2020.11.05

'좋은 프로그램상' 두 달 연속 받은 스포트라이트 오승렬 PD 소회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이하 스포트라이트)가 4월과 5월 방송된 회차로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두 달 연속으로 수상했다. 코로나19로 시상식이 계속 연기되다 지난 10월 29일 상을 건네받았다. 다음은 오승렬 PD의 소감.

 

스포트라이트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선정하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을 두 달 연속 수상했습니다. 2015년 스포트라이트가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여덟 번째 수상입니다. 이번 수상작은 지난 4월 방영된 ‘코로나 코리아’(최우수상)와 5월 방영된 ‘10·26과 신군부 2부작’(뉴미디어 부문)입니다.

 

방심위에선 한 프로그램이 이 상을 여덟 번째 수상한 것뿐 아니라 연중 두 차례, 그것도 연이어 수상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과분한 칭찬입니다. 엄습하는 코로나 공포 속에서 이 두려움의 실체가 무엇인지 가늠하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다녔던 시간에 대한 격려이자 앞으로 더 잘하라는 뜻에서 미리 준 자극제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10·26 재판이 끝난 지 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재판 와중에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서울의 봄과 5·18 등 한국 현대사의 연표를 채우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벌어졌습니다.

 

그 재판은 치밀한 보도 검열과 뜨겁게 분출하는 민주화의 열기 속에서 잊혔습니다. 스포트라이트는 재판 전 과정을 녹음한 보안사 테이프를 입수했습니다. 20여 년 전 이 테이프에 근거한 두 권의 단행본이 나왔었지만, 테이프를 통해 처음 듣는 육성의 힘은 달랐습니다.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던 재판의 크고 작은 디테일이 손에 잡힐 듯 살아났고, 수사 과정에서 일어났던 폭행과 짜맞추기 진술 정황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걸핏하면 재판정 옆방에서 들어오는 쪽지들과 이를 반영하기 위해 재판이 지연되는 광경도 그려졌습니다. 김재규의 유족이 재심을 청구한 결정적 근거였습니다.

 

아울러 중앙정보부장의 명령에 따라 묵묵히 사건에 가담한 ‘남산의 부하들’도 새롭게 조명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재판정에 선 이들은 어떤 심정으로 사건에 뛰어들었는지 건조한 톤으로 술회합니다. 그 자리에서 도망가고 싶었던 지극히 인간적인 충동과 상황 파악이 안 되는 조건에서 상관의 명령에 충실해야 했던 직업관이 얽히고설켰던 그 시간. 그때를 되짚는 부하들의 육성도 잊히지 않습니다. 제작진의 본분을 잊고 울컥했던 대목입니다. 이들은 내란 목적 살인을 저지른 반란범일까요. 아니면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린 희생자였을까요. 역사가 공정한 평가를 받기 위해 현재를 사는 기록자로서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스포트라이트의 모토는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입니다. 그 노력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저희 팀과 선배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도 딱 한발씩 지금보다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오승렬 PD·JTBC

오승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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