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룸 '코로나 장발장' 기획 보도, '이달의 방송기자상 받아
JTBC 중앙사보 2021.01.14

JTBC 뉴스룸의 코로나 장발장 기획 시리즈가 지난달 방송기자연합회가 시상하는 이달의 방송기자상 기획보도 부문에 선정됐다. 앞서 지난해 11월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관하는 이달의 좋은보도상 방송 부문에 뽑히기도 했다.

 

심사위원단은 우리가 지나칠 수밖에 없는 작은 이야기를 사회 어젠다로 만들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정말 작은 이야기였다. 구리 전선, 동 파이프를 훔치는 좀도둑. 이씨에게 우리가 관심을 가진 건 지난해 6월 초였다. 봉지욱 기자의 신뢰할 만한 취재원이 이씨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구운 달걀 18개를 훔쳐 검사가 18개월을 구형했다. 1심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흔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취재원의 이야기를 믿고 사건의 내막을 파기 시작했다. 경기 남부권을 담당하는 김도훈 기자가 수원 현장으로 달려갔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지난해 3월 코로나로 일용직 일감을 잃고 무료 급식소마저 문을 닫았을 때다. 며칠을 굶던 이씨는 예전에 살던 고시원을 떠올렸다. 그곳엔 한 알에 300원씩 파는 구운 달걀이 있었다. 밤에 몰래 들어가 18알을 챙겨 나왔다. 범행은 CCTV에 고스란히 남았다. 곧 덜미를 잡혔다. 아이고, 그 사람 불쌍한 사람인데…. 한 주민은 범인이 착하다고 말했다.

 

이씨의 인생사를 파악했다. 절도 전과 9범. 좀도둑이었다. 범죄 일람표상 금액은 700만원가량. 47세까지 그렇게 13년을 감옥에 있었다. 첫 보도 후 알고 보니 보이스피싱범이란 기사들이 나왔다. 이씨를 조직원처럼 묘사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무보험차에 치여 보상도 못 받고 보행 장애까지 얻은 이씨. 병원에 있던 중 피싱 조직의 스팸 문자를 받았다. 몇백만원을 준다니 혹했다. 통장을 팔아넘겼다. 또 범죄에 엮였다.

 

범죄의 쳇바퀴에 빠진 장발장은 더 있었다. 고승혁 기자가 배가 고파 시장에서 생선을 훔친 대구 장발장을, 배승주 기자가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훔친 울산 장발장을 만났다. 이들은 운이 좋았다. 대구 장발장은 검사가 이례적으로 기소하지 않았다. 울산지법은 재판을 멈추고 특가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 4조항에 대해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어떤 판·검사를 만나느냐가 중요해진 거다. 현행 특가법 문제는 더욱 또렷해졌다.

 

코로나 시대, 생계형 범죄가 늘고 있다. 장발장들은 기초생활수급제도조차 몰랐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대구 장발장은 수사하던 경찰이 수급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사회복지망만 잘 활용해도 범죄의 쳇바퀴를 멈출 수 있었다. 이 작은 장발장 이야기는 어느새 위헌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이정엽 팀장 JTBC
첨부파일
이어서 읽기 좋은 콘텐트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