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중앙그룹 대표팀, 협업의 여정
중앙일보 중앙사보 2021.08.05
중앙일보·JTBC 도쿄올림픽 취재기

"린에게는, 아니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

 

이렇게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도쿄 올림픽 출장을 앞두고 난 잔뜩 긴장해있었다. 중앙일보가 디지털로 전환한 후 처음 치르는 올림픽인데, 나와 배중현 기자 둘만 가게 됐기 때문이었다. 내근팀도 과거 올림픽의 절반 이하로 구성됐다. 한국 선수단 숙소테라스에 '신에게는 아직 5000만 국민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고 쓴 현수막이 걸렸다. 이 사진을 보고 김식 스포츠팀장은 '적은 인원이지만 꼭 이순신 장군처럼 승리하고 돌아오라'고 당부했다.

 

"린씨, 나 좀 위험한 상황이었음."

 

올림픽을 앞두고 선수촌을 취재하던 포토팀 장진영 기자로부터 카톡이 왔다. 장 기자는 일본 극우 단체가 욱일기를 내걸고 시위하는 장면을 찍고 있었다. 한 일본 남성이 갑자기 차에 내려 "간코쿠진, 빠가야로(한국인, 바보)"라고 소리치며 달려들었단다.

 

"헉! 선배 괜찮으세요?" 돌아온 답변은 "나 곧바로 현장 기사부터 쓸게"였다.

 

여자 양궁 3관왕 안산에 버금가는 '멘털 갑'이 우리 회사에도 있다. 장 기자는 취재진 중 가장 먼저 입국해 현장 르포 기사를 써서 타사를 긴장시켰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2명뿐이 아니었다. 포토팀 장 선배도 있고, JTBC의 취재·영상기자 4명도 있었다.

 

양궁장 벙커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장진영 중앙일보 기자

 

취재 전쟁이 시작됐다. '숙소→정류장→경기장→정류장→숙소’만 오가는 지루하고도 치열한 일정이 시작됐다. 경기장 외 소식은 이영희·윤설영 특파원에게 들을 수 있었다.

 

JTBC 최하은·방극철 기자는 'APA 호텔'에 묵었는데, 우리끼리는 '아파 호텔(고시원처럼 좁은 방을 보면 마음이 아파서)'이라 불렀다. 그런데도 최 기자는 "에어컨을 켜면 10초 만에 시원해지는 장점이 있다"며 웃었다. '달려라 하은' 최 기자는 '편의점 15분 컷' 체험을 위해 뛰고, 펜싱장~태권도장을 오가려 구름다리를 또 뛴다. 옆에는 항상 방 기자가 같이 뛰었다.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배중현 기자

 

올림픽 중계권 계약에 따라 JTBC는 경기장 안을 찍을 수 없다. 그러나 진짜 승부는 장외에서 났다. 과거 올림픽 기간 수차례 단독 인터뷰에 성공했던 JTBC 온누리 기자가 수영 황선우, 양궁 안산·김제덕을 선수촌 앞으로 소환했다. 긴박한 상황에서 이학진 기자의 노고도 컸다. 협업한 세 선수의 인터뷰는 중앙일보와 JTBC에 함께 나갔다. 성실한 배 기자는 지바와 도쿄 경기장을 하루에 찍더니 '수영 황제' 펠프스 인터뷰까지 해냈다. 각자 위치에서 전력으로 달리고, 때론 2인3각을 하며 우리는 작은 승리를 모아갔다.

 

수영 국가대표 황선우 선수(왼쪽)를 인터뷰하고 있는 온누리 기자(오른쪽)와 이학진 영상취재기자(가운데)

 

현장에서 뛴 9명이 우리 전력의 전부였을까. 아니다. 밤낮으로 울리는 중앙일보 카톡 '올림픽방'에는 무려 61명이 있다. 김종윤 편집국장, 이후남 에디터, 정제원 본부장, 김성원 스포츠뉴스룸 국장이 세심하게 지원하고 응원해 주셨다. 김식 팀장 이하 스포츠팀 팀원들이 속보를 처리해 주고, 미리 취재한 스토리를 올려줬다. 내근팀은 휴일도 없이 중앙SUNDAY 스페셜리포트 제작, 디지털 뉴스 제작에 열성을 쏟았다.

 

나는 일개 병사일 뿐 장군이 아니다. 취재 전쟁에서 우리가 이겼는지, 졌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는 건 자신할 수 있다. 처음에는 우리가 수적 열세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틀렸다. 어느 순간부터 경기장에 혼자 있어도 팀원들과 함께 있는 기분이 들었다. 늦은 밤, 고된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유명한 스포츠 격언이 떠올랐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박린 기자 중앙일보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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