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꼬치엔 칭따오' 있는 곳 … 공자·맹자 고향서 인문학과 만나다
중앙일보 중앙사보 2015.06.01
JMnet 중국연구회 회원 17명 2박 3일간 산둥성·태산 답사

석가탄신일 연휴(22~24일)에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중국 연구회’(중중연) 회원 17명은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공자와 맹자의 고향을 찾아가고 태산(泰山)에 오르는 일정이었습니다.

 

‘너무 선배들’(기수 차이가 많이 나는 선배)에 대한 두려움이 친근함으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공자의 고향 취푸(曲阜) 도착 후 중국전문기자인 유상철(25기) 선배가 중국인에게 바가지를 쓰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0위안(3600원)을 호가한 부채를 15위안에 샀다고 기뻐했지만 중국어를 잘 못하는 후배들마저 5위안에 부채를 사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는 유 선배의 항변은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사내에서 내로라하는 중국통 선배들이 예외 없이 바가지를 쓰는 진풍경이 연출된 것입니다. 한우덕(27기) 중국연구소장은 보통 가격보다 10배를 주고 순무를 샀고 장세정(31기) 정치부 외교안보팀장은 매번 과일 노점상에게 붙잡혔습니다. 정재홍(30기) 국제부 차장은 이름이 들어가는 5언 절구를 지어주는 줄 알고 20위안을 냈지만 달랑 이름 석자(鄭在洪)만 적힌 부채를 손에 쥐기도 했습니다.

 

5월 22일 중국 산둥성의 칭따오 올림픽요트경기장을 찾은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중국 연구회’ 회원들. 뒤편으로 5·4운동을 상징하는 붉은조형물 ‘5월의 바람(五月的風)’이 일부 보인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정부가 조차지(租借地) 칭다오를 일본에 넘겨주면서 시작된 반제국주의 운동을 형상화한 회오리 모양이다.

 

하지만 역시 선배들은 훌륭했습니다. 신경진 국제부 기자는 공자의 사당인 공묘(孔廟)에서 ‘집대성(集大成)’의 어원이 된 대성전(大成殿)의 유래를 해박하게 설명했고 홍콩 특파원을 지낸 이양수(22기) 미디어플러스 대표는 맹자의 고향 쩌우청(鄒城)에서 제자백가(諸子百家)를 줄줄 읊었습니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이뤄진 유상철 선배의 특강 ‘중국인이 박근혜 대통령을 좋아하는 네 가지 이유’였습니다. 태산을 무대로 펼쳐진 중국 역대 황제들이 하늘과 땅에 제사를 지내는 공연 봉선대전(封禪大典) 역시 빼어난 볼거리였습니다.

 

어디 그뿐일까요. 고윤희(24기) JTBC 심의실 부국장을 비롯한 ‘너무 선배들’은 ‘양꼬치엔 칭따오’가 차고 넘치는 주지육림(酒池肉林)의 자리를 마련해줬습니다. 김춘식(24기) 중앙SUNDAY 부국장대우와 김상선(31기) 영상데스크 차장의 화려한 카메라 셔터 소리는 잊지 못할 순간들을 고스란히 사진으로 남겨주었습니다. 28기 트리오 김수정 행정국장, 김상우 JTBC 취재담당 부장, 신예리 국제부장은 환상적인 호흡으로 갈고 닦은 진행 실력을 뽐냈습니다.

 

김영문(포브스)ㆍ박지현(월간중앙) 등 저희 막내들은 뭐했냐고요? 주로 먹고 마셨습니다. 장세정 중중연 회장의 표현대로 ‘당중앙(黨中央)이 발탁해’ 미증유(未曾有)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하현옥(37기ㆍ국제경제팀) 간사 덕분에 5박6일 같은 2박3일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산둥성 출신인 왕철(王哲) 중국연구소 연구원의 현지맞춤형 가이드가 여행을 더욱 빛나게 만든 것은 물론입니다. 벌써부터 다음 답사여행 후보지 논의가 나옵니다. 답사는 끝났지만 중중연의 학구열은 6월 23일 세미나로 이어집니다. 언론사 최초의 중국연구회로 출범한 지 올해로 10년. 중중연에 관심 있는 분들은 언제든 문의해 주십시오. 집 나간 회원들의 귀향도 환영합니다. 我們歡迎?!(우리는 당신을 환영합니다.)

민경원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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