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취재 제한에도 '단독 보도'는 멈추지 않는다
JTBC 중앙사보 2022.02.10
중앙일보·JTBC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취재기 카메라 반입 금지 등 힘든 취재 현장 빠르게 움직여 텍스트로 디지털 공략 로봇이 서빙·조리하는 식당 촬영까지 ‘디지털 퍼스트’ 기자 역할 톡톡 해내
베이징에 모인 중앙일보·JTBC 취재진. 왼쪽부터 김경록 사진기자, 김효경 기자 (이상 중앙일보), 온누리·문상혁 기자, 유규열 촬영기자 (이상 JTBC), 안희수 중앙일보S 기자.

 

베이징에서 지낸 열흘 동안, JTBC 취재진은 매일 심한 결핍을 느끼고 있다.

 

거대한 펜스 속에서 이동의 자유가 거의 없고, 음식도 극도로 제한된 메뉴만 허락된다. 차창 밖으로 맥도날드나 스타벅스가 보이면 분노는 극에 달한다.

 

취재도 심하게 제한당하고 있다. 이전 다른 올림픽은 물론이고, 팬데믹 하에 열렸던 도쿄 올림픽 때도 어느 정도의 기획 취재나 선수 인터뷰는 가능했다. 그러나 베이징에선 이 모든 게 불가능하다. 특히 JTBC와 같은 비중계권사에게 이번 대회는 거의 지옥에 가깝다. ‘폐쇄 루프’로 묶인 모든 곳이 ‘경기장 지역’이기 때문에 미디어센터를 제외한 어느 곳에도 카메라를 가지고 갈 수가 없다. 그걸 모르고 스탠드업 장소를 물색하려 개회식장 주변을 어슬렁대다 IOC에 끌려가 훈계를 들어야 했다. 2026년이 더욱 간절히 기다려졌다. 우리도 곧 중계한다. 기다려.

 

우리만 괴로운 줄 알았는데, 선수들에겐 더한 일도 벌어졌다. 쇼트트랙에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 계속됐다. 억울하고 허탈한 선수들과, 그 마음을 물어야 하는 기자들은 공동 취재구역에서 뻘쭘한 문답을 주고받았다. 한국 선수단은 실력이 아닌 심판 때문에 ‘메달 결핍’을 걱정하고 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JTBC는 영상 대신 텍스트로 ‘단독’ 보도를 이어갔다. 한국에서 ‘편파 판정’의 분노가 극에 달한 시점, 우리 선수단이 곧바로 이의 제기를 했고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도 제소할 방침이란 내용을 가장 먼저 보도해 팬들 속을 뚫어줬다. 이어 헝가리 대표팀의 이의 신청, 양국 공조 움직임까지 발 빠른 단독 보도로 디지털을 공략했다.

 

아직도 대회는 열흘이나 남았다. 희망의 싹도 보인다. 피겨 차준환은 ‘개인 최고점’ 기록을 냈고, 스피드스케이팅 김민석은 ‘같은 인간인가’ 싶은 네덜란드 군단 속에서 씩씩하게 동메달을 땄다. 아직도 신에게는… 쇼트트랙과 피겨와 스피드스케이팅과 컬링과 봅슬레이와 스켈레톤과 루지와 스키와 스노보드와… 아홉 종목보다도 훨씬 더 남았으니, 더 보람찬 취재로 결핍을 채워 나가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 뒤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싶다.

 

온누리 기자·JTBC

 

 

체육기자 경력 15년차. 첫 해외 올림픽 현장 취재라는 큰 과제를 맞닥뜨렸다.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96시간 전, 72시간 전 PCR검사 후 확인서 제출 등 방역을 위한 과정이지만 너무 까다로웠다. 김경록 사진기자와 안희수 일간스포츠 기자도 올림픽은 처음이었다. “설마 못 들어가기야 하겠어.”

 

“비행기에 타실 수 없는데요.” 개막을 나흘 앞둔 1월 31일 인천공항에서 당혹감을 느꼈다. ‘그린 코드’(중국 정부의 입국 허가)가 필요한데 8713시간 전에 이미 만료됐다. 중국 관계자가 1년 전으로 날짜를 기입했던 것. 수속 마감시간은 9시인데,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7시30분이었다. 다급한 마음에 다시 정보를 입력했다. 선수단과 함께 타는 전세기를 놓치면 언제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 한 시간 뒤 올림픽 관계자용 애플리케이션 ‘마이 2022’에 초록색 불이 떴다. 8시54분. “현장에서 받으신 분은 처음 봐요. 다행이에요.” 기다려라, 베이징.

 

하지만 내가 있는 곳은 ‘베이징 같지 않은 베이징’이다. 취재진은 ‘폐쇄 루프’ 속 숙소와 경기장만 오갈 수 있다. 미디어 식당으로 향한다. 로봇이 서빙하고 조리하는 식당은 미디어들의 좋은 ‘먹잇감’이다. 안희수 기자와 나도 천장에 설치된 로봇이 서빙하는 음식을 주문하고, 휴대전화 카메라를 켰다. '디지털 퍼스트'가 몸에 밴 탓이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음식 재밌더라.” 정제원 디렉터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루지 국가대표 선수인 임남규와의 만남은 뜻깊었다. 그는 2018년 은퇴 후 선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얼음판에 복귀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정강이뼈 부상을 입었던 그는 병원에서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사흘 만에 목발을 짚고 붕대를 감은 채 국제대회에 나가 베이징행 티켓을 따냈다. “왜 이렇게 올림픽에 힘들게 왔어요?” “큰 축제잖아요. 아무나 올 수도 없고요. 즐겨야죠.” 추위 속에서 버스를 한 시간 동안 기다릴 때는 ‘여기에 왜 왔지?’란 후회가 들었다. 하지만 임남규 선수의 기사를 써가면서 마음이 스르르 녹았다. 아무나 올 수 없는 곳에 왔으니 내게도 기회이고, 행운이지 않나.

 

김효경 기자·중앙일보

온누리·김효경 기자 JTBC/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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