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씨는 '포즈 장인', 멋진 피사체에 홀려 평소보다 많은 컷 찍어"
중앙일보 중앙사보 2022.03.03
장진영 중앙일보 기자의 제58회 한국보도사진상 수상기

김나윤씨는 한 팔의 피트니스 선수입니다. 헤어디자이너였던 그는 오토바이 사고로 왼팔을 잃었습니다. 좌절의 터널에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운동을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장애인도 못할 게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독하게 운동했답니다. 목에 8㎏ 케틀벨을 매단 채 스쿼트를 하고 아파트 23층 계단을 하루 다섯 번씩 오르내렸다고 합니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WBC(World Body Classic) 피트니스 대회에서 비장애인과 경쟁 끝에 3관왕을 차지했습니다. “그저 팔 하나가 없는 것뿐”이라며 의수도 착용하지 않습니다. 그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장애라고 말합니다.

 

한국보도사진상 포트레이트부문 우수상을 받은 사진 '한 팔로 정상을 안았다, 당당한 나윤씨'

지난해 가을 나윤씨가 “또각또각” 경쾌한 소리를 내며 스튜디오로 들어섰습니다. 촬영을 위해 헤어 스타일링과 메이크업도 신경 써서 직접하고 왔다고 합니다. ‘장애, 고난, 역경을 이겨낸 김나윤’이 아니라 ‘피트니스 3관왕 김나윤’을 담고 싶었습니다.

 

그의 포즈는 당당하고 과감했습니다. 왼팔의 부재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뷰파인더를 응시하는 독한 눈빛은 마치 기싸움을 벌이는 듯했습니다. 선명한 복근과 탄탄한 등 근육 등을 보며 그간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했는지 공감했습니다.

 

사실 장애인을 찍는 건 사진기자로서 꽤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작은 의도가 과도하게 부각되거나 예상치 못한 반응으로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나의 어설픈 배려가 상대에게 불편함을 줄 때도 있었습니다. 취재를 위해 종종 만나는 그들을 가장 편하게 대하는 방법은 ‘있는 그대로, 다른 사람과 같이’입니다. 인터뷰 주제를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촬영하는 것, 그 목적이면 충분합니다. 다르게 대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는 먼저 나서지 않습니다. 나윤씨와도 그랬습니다. 촬영을 위해 옷을 갈아입던 중 정확하게 “상의를 머리에서 빼는 것”만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그는 ‘포즈 장인’이었고, 멋진 피사체에 홀려 평소보다 많은 컷을 찍었습니다. 인터뷰 중에 그가 말했습니다. 두 팔이 있을 땐 한 사람밖에 못 안았는데 이제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더 많이 안아줄 수 있다고요.

 

나윤씨의 기운이 좋아서였을까요. 지난해 12월 이달의 보도사진상 최우수상에 이어 제58회 한국보도사진상 포트레이트 부문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한국보도사진상은 뉴스, 스포츠, 피처&네이처, 포트레이트, 스토리 등 총 5개 부문으로 전국 신문, 통신사, 온라인 매체 등에 소속된 500여 명의 사진기자가 2021년 한 해 동안 국내외 다양한 현장에서 취재한 보도사진을 대상으로 수상작을 선정합니다.

 

수상작들은 오는 4월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막하는 한국보도사진전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전시를 마치고 사진 액자를 나윤씨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장진영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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