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앙일보 창간 멤버, 작은 징검다리 역할했단 자부심 있어"
중앙홀딩스 중앙사보 2022.03.03
'한국의 대표 지성' 이어령 전 중앙일보 고문 별세 BBB운동, 한중일 30인회 주도 글로벌 중앙일보 성장에 기여

 

'한국의 대표 지성' 이어령 전 중앙일보 고문이 지난달 26일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88세.

 

고인이 역임한 문화부 초대 장관, 서울올림픽 개·폐회식 총괄,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 등의 직함은 비범했던 지난 삶을 대변한다. 이 여정에서 중앙그룹은 이 전 고문의 청년기와 노년기를 함께하며 특별한 연을 맺어왔다. 문학계의 아이돌이었던 30대 이어령은 1966년부터 72년까지 중앙일보에서 논설위원으로 활동하며 신생 언론이었던 중앙일보가 초석을 닦는 데 힘을 보탰다.

 

2001년 고문으로 회사에 복귀하며 "창간 멤버로서 중앙일보가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작은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할 정도로 애정이 깊었다. 이후 2015년까지 중앙인으로서 중앙일보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미디어로 진일보하는 데 다양한 기여를 했다.

 

이어령 전 고문이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아이디어를 낸 'BBB(Before Babel Brigade)운동'은 당시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언어로 겪는 불편을 줄여줬다. 월드컵 전후 석 달간 자원봉사자들이 휴대전화로 제공한 24시간 통역 서비스는 2만5000여 건에 달한다.

 

이때의 공으로 중앙일보 시민사회환경연구소는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BBB운동'은 2003년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BBB운동’(현 비비비코리아)으로 독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생의 상당 부분을 한·중·일 비교문화연구에 바친 이 전 고문은 중앙일보가 세 나라의 화합을 여는 열쇠가 되도록 많은 공을 들였다. 2006년 3국의 정계·재계·학계·문화계 원로 30인과 서울에서 시작한 '한·중·일 30인회'가 대표적인 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중국 신화사와 함께 매년 세 나라를 돌며 동북아의 공동 번영을 논의한 이 회의는 경제각료·중앙은행장 회의의 연례화, 공통표준 연구 등의 아이디어가 실제 정책에 반영되며 정부와 민간을 잇는 1.5트랙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2016년에는 30인회의 10주년을 기념해 세 나라에서 널리 쓰이는 한자 808자의 자원과 용법, 용례 등을 정리한 『한·중·일 공용한자 808자』의 출간을 이끌었다.

 

이 밖에도 '디지로그' '생명자본' 등 고인의 빛나는 사상들이 그의 칼럼과 각종 기획기사 등으로 중앙일보를 통해 세상과 만났다. 고 이어령 전 중앙일보 고문의 장례는 문화체육관광부 장(葬)으로 치러졌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에는 홍정도 중앙일보·JTBC 부회장 등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정고은나래 차장 중앙홀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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