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박16일 매일 악화된 상황 ‘이럴 수 있나’ 현장 열악함보다 힘들었던 건 정신적 충격
JTBC 중앙사보 2022.04.07
JTBC 김지아 기자의 우크라이나 접경지역 종군 취재기

비행기에서 내리자, 공기는 달라져 있었다. 출발 전만 해도 '전쟁이 일어나겠냐'며 반신반의했지만 우크라이나-헝가리 접경 지역에 도착한 2월 24일 새벽, 키이우에는 미사일이 날아들었다. 도착하자마자 24일 메인 뉴스를 위해 국경 쪽으로 달리던 차 안에서 우크라이나 곳곳이 공격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긴장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첫날은 아직 장비가 도착하지 않아 영상 통화 중계를 했다. 첫 번째 국경검문소에서는 경계가 심해진 탓에 취재진을 쫓아냈고, 두 번째 검문소에서 중계까지 1시간을 남기고 겨우 취재 허가를 받았다. 검문소에는 급히 집을 떠난 피란민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날이 그나마 우크라이나 남성 청년들을 만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곧 총동원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김지아 기자(왼쪽)와 황현우 영상취재기자

15박16일 동안 계속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매일 악화된 상황을 전했다. 아기들이 잠이 든 채 안겨서 국경을 넘는 걸 지켜봤고, 국경을 넘자마자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의 모습도 보였다. 헝가리와 폴란드 등 접경 지역도 불안과 혼란으로 뒤덮였다. 기차역은 피란민들의 대기실이 됐고, 마트 창고와 학교, 주차장 등도 모두 난민 캠프로 바뀌었다. 폴란드 국경 마을의 숙소는 동이 났다. 취재 장소가 변경될 것 같아 숙소를 길게 잡지 않았더니, 방이 없어 2~3일에 한 번씩 숙소를 바꿔야 했다. 폴란드 군, 경찰과 숙소를 같이 쓴 적도 있고 프랑스 취재진이 호텔 전체를 장기간 빌려 옮겨야 했던 적도 있다.

 

취재가 가능한 곳도 점차 제한됐다. 피란민 대피소도 차츰 취재진의 출입을 제한했고, 여권 검사도 수차례 받았다. 중계도 순탄치 않았다. 더 생생한 장면을 전달하려 국경 깊숙이 들어갔다가 통신이 끊겨 예정된 시간에 방송을 못 한 적도 있다. 준비해 둔 워크앤토크를 하면 통신이 불안해져 움직이지 못한 채 중계를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열악한 상황은 예상한 것이었다. 더 심한 현장도 각오하고 출발했기에 일은 힘들지 않았다. 다만 매일 들리는 공격과 사상자 소식에 정신적 충격이 컸던 것 같다.

 

출장 기간 매일, 종전 소식을 전한 뒤 돌아오길 바랐다. 하지만 어느덧 세 번째 팀이 떠났다. 새로운 팀이 떠날 때마다 ‘네가 종전 소식을 전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기약이 없는 건 모두 알고 있다. 그래도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라본다.

김지아 기자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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