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잡으러 가다 불길 잡았다 “신문 발행할 수 있어 다행”
중앙일보 중앙사보 2022.07.07
인근 화재로부터 공장 지켜낸 미디어프린팅넷 시설관리파트

시작은 잠자리였다. 휴무였던 김정민 미디어프린팅넷 시설관리파트장은 “잠자리를 잡으러 가자”는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며칠 전 아들과 같이 산 잠자리채를 싣고 봉하마을로 향했다. 김 차장은 “토요일에 이미 한 번 다녀와 갈 일이 없었는데, 그날 따라 잠자리를 또 잡으러 가자고 해 나왔다”고 그날 아침을 돌아봤다.

 

그때였다. 그 길 위에서 까만 연기를 본 김 파트장은 순간적으로 공장 부근이라는 것을 직감했다고 했다. 즉시 김 파트장은 회사 쪽에 불이 난 것 같다고 공장에 연락을 취했다. 2분 정도 지났을까. “회사 맞아요. 공장 바로 뒤쪽에서 불이 났어요.” 김 차장은 바로 차를 돌려 공장으로 향했다. 공장까지 5분이면 갈 거리였지만, 화창한 날씨에 도로도 꽉 막힌 상황. 김 파트장은 도착 전 공장장에게 먼저 상황을 알리고, 같은 팀 김경태 주임에게 소방호스부터 깔아두라고 지시했다.

 

 

치솟는 화마에 불이 난 창고와 맞닿는 외벽은 이미 유리도 깨지고 틈이 벌어져 있었다. 김경태 주임을 비롯한 부산공장 직원들은 신속히 공장 외벽부터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불길이 이쪽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김 파트장은 “솔직히 서 있기 힘들 정도로 불길이 거셌다. 불을 보니 다들 당황해 불 쪽으로 물을 뿌리기에 급급했는데, 우리 공장에 옮겨붙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모두에게 불이 아닌 건물 쪽으로 먼저 물을 뿌리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때 불이 난 창고 옆에 있는 다른 창고로 불이 붙기 시작했고, 그 창고 또한 전소했다. 김 파트장의 조치가 없었다면 부산 공장 역시 큰 피해를 막지 못했을 것이다.

 

왼쪽부터 홍광표 중앙일보M&P 대표, 이상현 경영지원팀장, 김정민 시설관리파트장(이상 미디어프린팅넷), 박장희 중앙일보 대표, 조주환 미디어프린팅넷 대표.

이날 선제적이고 신속한 조치로 추가 화재를 예방한 공을 인정해 중앙일보는 지난달 22일 김정민 파트장과 류주혁 부산제작2팀 과장, 김경태 시설관리파트 주임, 유명수 경비반장에게 사장상 2급을 수여했다. 이들은 3개의 소화전을 사용해 두 시간 이상 화재를 진화하고 도시가스 공급 밸브를 차단하는 등 추가적인 사고 예방에 크게 기여했다. 대표로 시상식에 참석한 김 파트장은 “처음에는 불길이 커 공장에 불이 옮겨 붙을 것만 같아 걱정이 컸는데, 소방서와 잘 협조해서 움직인 덕에 큰 피해를 막게 돼 기쁘다”면서 “무엇보다 당일 신문을 발행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상금으로 아들의 잠자리채를 바꿔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나오자, 그는 “안 그래도 아들이 ‘내가 아빠 회사를 지킨 거네?’라고 말하며 상금을 잔뜩 기대 중”이라고 전해 좌중에 웃음을 선사했다. 김 파트장을 비롯한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만원과 상패가 수여됐다.

 

이날 화재 진압에는 2019년 미리 추가로 설치한 소화전 또한 큰 역할을 했다. 오래된 산업단지인 이 지역에서 화재가 지속해서 일어나자, 김 파트장을 비롯한 시설관리팀이 2019년 옥상에 추가로 설치해둔 소화전이었다. 김정민 파트장은 “소화전뿐 아니라 매년 실시하는 소방 훈련 덕에 직원들 역시 ‘이렇게 소방호스를 빨리 깔 수 있나’ 싶을 만큼 대처가 빨랐다”며 “건물과 기계가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3~5년에 한 번씩 소방서와 함께 공동 훈련을 할 정도로 직원들의 소방 대응 훈련도 철저하게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은아 기자 중앙홀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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