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나게 따뜻했던 선배 … 정말 감사했습니다
JTBC 중앙사보 2022.12.01
표재용 JTBC 미디어비즈본부장을 보내며

 

 

저는 표재용 선배를 보내며 쓰는 이 글을 따뜻하게 메우고 싶습니다. 선배는 우리가 본인을 떠올리며 그저 슬퍼하는 걸 원치 않아 하실 것 같거든요.

 

뜬금없이 제 얘기를 먼저 하나 하자면요. 제가 우리 회사를 아직 이리 좋아하는 이유는 선배들이 후배를 아끼고 정을 퍼주는, 사실 요즘 직장 정서에 걸맞지 않은 그 특유의 중앙일보ㆍJTBC스러운 문화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그 유별난 따뜻함을 11년 넘게 경험해 왔거든요.

 

표 선배는 그런 사랑을 30년 넘는 기자 생활 동안 선후배들에게 마음껏 펼치다 가신 분입니다. 저는 2016년 B-TF(현 Innovation Lab) 당시 표 선배를 모시고 일했습니다.

 

사실 제가 선배를 모신 시간은 고작 1년밖에 안 됩니다. 하지만 선배의 따수운 마음과 애정 어린 가르침의 무게는 평생을 갈 것 같아요. 표 선배는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기자였습니다. 근면 성실의 끝판왕이었고 본인에게 주어진 임무는 뭐가 됐건 멋지게 해내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TF 업무 특성상 선배는 회사 안팎 사람들에게 고개 숙여 협조를 구하고 부탁하실 때가 참 많았어요. 평생 멋진 기자로 어깨에 힘주고 살던 선배에게도 쉽지 않은 미션이었을 겁니다. 그래도 선배는 참 쿨하게 하나씩, 끝까지 맡은 바 임무를 감당하시더라고요. 스트레스 왜 안 받으셨겠어요. 그 스트레스는 선후배들과 서소문 회사 앞 식당을 돌며 소맥에 털어내고 되레 주변을 격려하고 토닥여 주셨어요.

 

저는 빈소에서 종종 울컥했습니다. 선배가 병상에서 마지막까지도 회사 생각, 업무 생각에 여념 없으셨다는 얘길 들으니 화도 났습니다. 근데 저보다 표 선배와 훨씬 오래 함께해 온 선배들이 저를 안아주며 말씀하시더라고요. “그게 표 선배의 평생 살아온 방식이고 그만의 책임감”이라고요.

 

이 글을 읽으시는 많은 사우가 표 선배와 함께 노래방 좀 가셨을 겁니다. 현진영부터 자이언티까지. 선배 덕분에 노래 공부, 춤 공부 참 많이 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팬데믹 이후 우리의 회사 생활은 참 정적이고 건조해졌잖아요. 그래서 저는 종종 표 선배가 ‘삘 받은’ 노래를 무한 반복하던 그런 순간이 참 그립습니다.

 

선배는 일을, 회사를,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2박3일 상가엔 많은 사람이 모였습니다. 선배를 떠올리며 나눈 이야기엔 각자 다 다른 추억이 얽히고 설켜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가 선배를 생각하고 그리는 마음의 색깔은 똑같았습니다. 어느 선배 말씀처럼 이렇게 오랜만에 다 같이 모여서 술잔을 기울이고 토닥이며 살라는 게 표 선배가 떠나면서 주신 마지막 사랑, 마지막 말씀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말 으슥한 밤 이 글을 마감하면서, 선배를 떠나보낼 때 다짐한 것들을 다시 되새겨 봅니다. 하나는 선배처럼 열정적으로 일하되, 하지만 선배처럼 무리하지는 말기. 또 하나는 선배께서 베풀었던 사랑처럼 저도 많은 선후배들을 아끼고 사랑하기. 이젠 정말 편하게 쉬고 계실 거라고 믿습니다. 선배 정말 감사했어요.

하선영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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