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10代 마약 공화국’ 실체 보도 … 정부 정책으로 이어져
중앙일보 중앙사보 2023.04.06
한국신문상 기획탐사부문 수상 강력부 잠복 수사 동행 취재 김민중·정용환·현일훈 기자

중앙일보 ‘10代 마약 공화국’ 보도 (김민중·정용환·현일훈)가 6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7회 신문의날 기념식에서 한국신문상 기획탐사부문을 수상했다. 한국신문협회는 “10대 청소년으로 확산하는 마약류 범죄 실태를 10여 차례 연속으로 보도하며 경각심을 불어넣었다”며 “현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에 나선 계기 중 하나가 됐다”고 높이 평가했다. 아래는 정용환 기자가 중앙사보로 보내온 취재기.   /편집자

 

지난해 5월은 서초동을 뒤집었던 검수완박 입법 난리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의 충격도 모두 가라앉은 때다. 때마침 팀장 정효식 선배가 아이디어를 하나씩 달라고 하셨다. 짱구를 굴린다고 굴려서 ‘검찰의 마약과의 전쟁’ 정도의 발제문을 만들어 올렸다.

 

헐렁한 발제였다. 발제자마저 내심 포기한 이 발제를 팀장이 포기하지 않았다. 본래 발제에서 타깃을 ‘10대’로 좁히고 판을 검찰 너머로 키워 ‘얘기 되는 발제’로 만들어주셨다. ‘10代 마약 공화국’ 기획은 그렇게 탄생했다. 방향이 잡히고 나니 그다음 취재와 섭외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 지면을 빌려 정효식 선배께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한다.

 

4월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3 한국신문상' 시상식에서 기획·탐사보도 부문을 수상한 중앙일보 현일훈, 정용환, 김민중 기자(왼쪽부터)

 

막상 취재에 들어가 보니 충격의 연속이었다. 한번은 수도권 한 지방검찰청 강력부의 잠복 수사에 동행했다. 그날 같이 있던 수사관에게서 깜짝 놀랄 이야기를 들었다. “경찰이 텔레그램 마약방 하나를 잡아들였는데, 총책이 고3이더라.” 진짜였다. 판매책과 환전책·인출책 등 수십 명의 부하 조직원을 거느린 텔레그램 마약류 판매 집단의 제일 꼭대기에 겨우 만 18세 현직 고등학생이 있었다. 10대 마약 공화국의 적나라한 실체를 단독 보도로 알렸다.

 

실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우리는 10대 마약류 사범이 2021년 사상 최고치(450명)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상반기에만 292명으로 다시 한번 기록 경신을 눈앞에 뒀다는 사실도 단독 보도했다. 마약류 범죄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마약류 범죄에 노출된 10대는 연간 1만 명을 훌쩍 넘어선다는 계산이 나온다.

 

충격은 계속 이어졌다. 강남구 □□내과, 성북구 △△의원 등은 말기암 환자 진통제로 쓰이는 펜타닐 패치를 청소년에게 마구 처방해 준다고 한다. 마약류 중독자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천영훈 인천 참사랑병원 원장이 “제가 진료 중에 ‘이 XX들 잡아 죽이러 가야 하나’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고 말할 정도다. 이런 비양심 의사 처벌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충격적이었다.

 

보도를 전후로 사회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경찰은 보도 직후인 지난해 8월부터 연말까지 마약류 범죄 특별 단속에 나섰다. 법무부는 올해 5대 핵심 추진 과제 중 하나로 ‘마약 청정국 지위 회복’을 선정했다. 검찰은 미국식 마약청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는 21 종 마약류 교육용 교재를 개발해 전국 초·중·고교에 배포했다. 식약처도 약물 오·남용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고, 의사가 마약류 처방 때 환자의 투약 의력을 의무적으로 조회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기획을 마약 문제에 관심 갖는 계기로 삼고, 앞으로도 꾸준히 이 문제를 다뤄 나가겠다.

정용환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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