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일대일로' 시리즈, 인민일보 3면 톱에
중앙일보 중앙사보 2015.06.15
지난 4일자에 대서특필 취재진 3명 인터뷰 이례적

낯익은 목소리의 전화가 왔다. 인민일보 서울특파원으로 부임한 여기자 천상원(陳尙文)이었다. 부임 직전 베이징 싼리툰에서 저녁을 대접한 적이 있던 터라 부임 인사를 하려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오늘 기사를 잘 봤어요. 인터뷰 기사를 써야 하니 꼭 응해 주세요.” 일대일로(一帶一路)에 관한 중앙일보의 두 차례 시리즈 기사(5월 13·15일자)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러곤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왜 이런 기사를 쓰게 됐느냐, 얼마나 준비했느냐.” 국제전화로 설명하기 벅차 e메일로 답신을 보냈다. 보충 질문과 답변이 두 차례 더 이어졌다. 그는 마찬가지로 한우덕 중국연구소장과 무역협회 이봉걸 박사를 괴롭힌 모양이었다.

 

그 결과물이 지난 4일자 인민일보 3면 톱을 큼지막하게 장식한 기사였다. 우리 시리즈 기사 주요 내용을 소개하는 중간중간에 취재진 세 사람의 소감과 코멘트가 골고루 반영됐고 “일대일로 건설이 한국에 기회를 가져다 준다”는 제목이 달렸다. 우리 시리즈 제목 그대로였는데 인민일보가 공산당 기관지란 점으로 미뤄 볼 때 중국 당국도 이 말을 한국 측에 강조하고 싶었던 듯하다.

 

중앙일보의 일대일로 시리즈 기사가 실린 지난 4일자 인민일보 지면(왼쪽)과 일대 일로에 관한 중앙일보의 5월 13일자 지면.

 

실은 인민일보에 앞서 신화통신과 환구시보참고소식 등이 잇따라 중앙일보 연재를 발췌해 번역 게재할 정도로 중국 매체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그건 아마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일대일로 정책에 대한 단순한 소개에 머무르지 말고 한국과는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를 현장 르포로 찾아보자는 기획 의도에서 타지와 차별성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해 본다.

 

인민일보에 외국 매체의 특정 기사 한 건을 갖고 필진까지 인터뷰를 해 기사를 싣는 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인민일보는 위로는 시진핑 주석에서부터 말단 당원까지 중국의 모든 기관·관공서에서 구독하는, 아니 구독해야만 하는 신문이다. 그날 여러 사람으로부터 인민일보에서 아는 이름을 보고 반가웠다는 연락을 받았다.

 

 

◇ 일대일로(一帶一路)

시진핑 주석이 2013년 9월 카자흐스탄 방문 시 실크로드 경제권 건설을, 같은해 10월 인도 방문 시 국회 연설에서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공동 건설을 각각 제기하면서 중국의 장기 국가 발전 전략이 됐다. 육상은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서 시작해 중앙아시아와 유럽까지, 해상은 동남아를 경유해 인도와 아랍·유럽·아프리카까지 이어진다. 서부 대개발에 중화 문명 세계화를 노린 중국의 경제·문화 발전 전략이다.

예영준 베이징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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