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러운 중계, 그라운드 첫 인터뷰 … 미얀마전 승자는 JTBC
JTBC 중앙사보 2015.06.22
미얀마전 취재 뒷얘기

‘가장 행복한 방송 기자는?’ 방송 스포츠 기자들에게 물어보면 답은 하나, ‘중계권사 기자’다. 중계권이 방송 스포츠 기자들의 신분을 가르기 때문이다. 이번 미얀마전의 주역은 JTBC였다. JTBC는 16일 오후 9시(한국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FIFA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 G조 1차전, 한국과 미얀마의 경기를 단독 중계했다. 9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팀의 첫 경기에서 한국은 미얀마에 2-0으로 이겼다. 이날 경기는 순간 시청률 9%(닐슨 코리아)까지 치솟았다. 미얀마전 취재 뒷얘기를 전한다.

 

김진일 기자(왼쪽)가 16일 미얀마전 종료 직후 그라운드에서 슈틸리케 감독을 인터뷰하고 있다.


JTBC 월드컵 예선 중계

“슈틸리케에 단독 질문 짜릿”

 
“그라운드 인터뷰, 한국 측엔 없습니다.” 미얀마전 종료 직후 경기 진행요원이 소리친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중계권사만이 가진 특권, 지상파 기자만 하는 줄 알았던 경기 후 그라운드 인터뷰를 드디어 나도 해보는구나 싶었는데 못한다니. 만감이 교차했다.

 

그 순간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경기 진행요원에게 “이 사람은 Right Holder, 중계권사입니다.” ‘Right Holder’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내 앞에 곧바로 중계 카메라와 인터뷰용 마이크가 준비됐다. 슈틸리케 감독을 카메라 앞에 세웠다. “오늘 경기에 몇 점을 주겠습니까?” 슈틸리케 감독은 이 질문을 싫어한다. 내 기억으로 한 번도 경기에 점수를 매겨본 적이 없다. 매번 답변을 거부했다. “수비에는 90점, 공격에는 40점을 주겠습니다.” 귀를 의심했다. 처음으로 슈틸리케의 입에서 점수가 나왔다. 그라운드 인터뷰 직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다른 기자가 똑같은 질문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점수를 말하지 않았다. 아, 이것이 중계권사 카메라의 힘인가.

 

굳이 중계권사가 아니어도 JTBC 이름만으로 충분했다. 태국 방콕행 비행기를 타던 13일 인천공항 카운터. “혹시 ‘사랑하는 은동아’ 관계자세요?” 항공사 여직원은 JTBC 드라마 팬이라고 했다. 동시간대 K본부 드라마 ‘프로듀사’보다 훨씬 재미있다며 ‘사랑하는 은동아’ 제작진에게 꼭 응원의 말을 전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태국엔 왜 가세요?” “축구대표팀 경기가 있거든요.” “아 네.” 그녀는 대한민국 축구를 응원해주진 않았다. 돌아서는 내 등 뒤로 그녀는 외쳤다. “JTBC 은동아 파이팅!”

 

태국 방콕에서 16일 열린 ‘FIFA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 G조 1차전. 손흥민(왼쪽)이 경기 도중 동료와 손을 마주치고 있다.

 

왠지 모르지만 숙소 호텔에 유난히 중동 사람이 많았다. 엘리베이터에 탈 때마다 그들은 나에게 “코리아 메르스?”라고 물었다. 은근히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이봐 메르스(MERS)는 중동호흡기증후군이라고, 코리아가 아니라 중동!’이라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것 역시 편견일 수 있어서다.

 

태국 현지 신문에도 한국 메르스가 연일 톱뉴스다. 격리되지 않고 무사히 돌아온 게 기적이다.

 

미얀마전 중계팀은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경기장에서 에어컨도 없이 두 시간을 버텼다. 땀이 비 오듯 흘렀다. 허정무 해설위원은 쉼 없이 부채질을 했고 임경진 캐스터는 아예 서서 진행을 했다. 김중석 부장과 한종석 차장, 유규열 촬영기자도 폭염과 싸웠다.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미얀마전 중계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JTBC 잘할 수 있겠어?’ 우리는 보란 듯이 기우(杞憂)를 넘어섰다. 앞으로도 수많은 경기가 JTBC 중계 카메라를 기다리고 있다. ‘가장 행복한 방송 기자’도 기다리고 있다.

김진일 기자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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