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 영상 어려운데…’ 고정관념 깼더니 특종 불꽃 튀었다
JTBC 중앙사보 2015.08.10
6월 '이달의 기자상' 받은 강신후·이호진 JTBC 기자 불타는 내화재 4일 연속 보도 정부가 관련 법률도 고치기로

JTBC 사회2부의 강신후·이호진 기자가 ‘불타는 내화재(耐火材), 불타버린 시민안전’ 연속 보도로 한국기자협회가 선정한 6월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취재팀은 전국에 유통되는 내화충전재가 실제 불에 쉽게 타는 불량품이란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해 보도했다. 강신후 기자가 취재 뒷얘기를 전한다.

 

“강 기자 이거 얘기(기사로 다룰 만한 소재) 되는 거 같은데 어때?” 올해 초 취재원의 고마운 제보에 또 다시 미안한 소리를 해야 했다.


“제가 요즘 ‘밀착카메라’라는 코너를 하고 있어서 … 다른 기자를 소개해 드릴게요.” 
 

건물에 불이 났을 때 인명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불길과 유독가스 확산을 막는 게 필수적이다. 그래서 건물을 지을 땐 주요 배관 주위에 내화충전재(耐火充塡材)라는 것을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 그런데 상당량의 불량 내화재가 유통되고 있어 사고 발생 위험이 크다는 제보였다.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얘기 되는 제보였지만 처음엔 등을 돌렸다. 내가 맡은 밀착카메라에 걸맞은 재미있고 역동적인 영상을 담기 어려울 거란 고정관념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것이다. 그런 식으로 특종 보도는 내 일이 아닌 게 된 지 오래였다.


그렇게 관심을 멀리한 지 6개월이 다 돼가면서 이러다가 어떤 제보를 해도 기사를 안 쓰는 기자로 인식될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결국 내화재 제보 내용을 밀착카메라에 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취재를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나니 다이내믹한 영상을 만드는 건 내가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으로 사고의 틀이 바뀌었다. 정의감 넘치는 취재원의 끈질긴 보도 요청이 그동안 무뎌졌던 나의 기자 정신을 다시 일깨운 것이다.

 

다음 날 전진배 사회2부장에게 내용을 보고했다. 전 부장도 특종을 예감한 듯 흔쾌히 취재를 지시하며 우리 부의 에이스(Ace)로 모두가 인정하는 이호진 기자와 합동팀을 꾸려줬다.

 

우리는 국내 내화재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5개 업체 제품을 확보했다. 이를 들고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찾아가 실제 성능 실험을 의뢰했다. 섭씨 1000도에서 두 시간을 버텨야 하는 내화재의 요건을 이들 제품이 충족하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솔직히 이때까지도 제보 내용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떨치지 못했다. 그런데 불길에 닿은 한 내화재가 42분 만에 타 들어가기 시작했다. 실험 조건에 따라 오차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도 규정 시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것을 두고 성능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게 실험 시작 52분 만에 불길에 녹아내린 내화재는 3개였다. 두 시간을 버텨낸 내화재는 한 개뿐이었다.

 

강신후 기자가 내화충전재를 설치한 배관과 일반 배관을 비교 실험하고 있다.


과학으로 뒷받침된 기사는 6월 9일부터 나흘간 뉴스룸을 통해 방송됐다. 서울 신천동 제2롯데월드 공사에도 불에 탄 내화재가 사용됐다는 것을 확인해 보도하자 그 반향은 기대보다 컸다. 보도 이틀 만에 정부는 불량 내화재를 시중에 유통시킨 업체들의 인증을 취소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관련법까지 손질하기 시작했다. 탄탄한 취재와 JTBC의 영향력이 만들어낸 성과였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발견해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기자로서 큰 보람이다. 나는 이번 취재에서 그 보람뿐 아니라 눈길 가지 않는 작은 단서라도 기자의 끈기와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의미 있는 기사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진리를 몸소 체험했다. 앞으로도 이런 자세로 세상과 더 소통하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사를 써갈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 동료들이 개국한 지 만 4년도 채 안 된 JTBC를 최고의 방송으로 만들어낸 힘도 여기서 나왔다.

강신후 기자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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