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던 지난달 20일 새벽 1시 서울 서소문로 J빌딩 8층. 사뭇 비장한 표정의 ‘디지털 전사’ 십수 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날 단행되는 홈페이지 개편에 맞춰 신속한 편집 작업을 위해 모인 편집국 디지털콘텐트 부문 직원들이었다.
같은 시간 3층에선 기술개발팀·서비스기획팀·디자인팀 동료 30여 명이 시스템을 변경하고 데이터베이스를 이전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가 가장 적은 시간대를 찾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일요일 새벽 올빼미 작전’에 나선 것이다.
창간 50년을 맞아 전격적으로 이뤄진 중앙일보 홈페이지 개편은 ‘잠을 잊은’ 이들의 땀과 노력으로 진행됐다. 길지 않은 기간 안에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했기에 막바지에는 여러 동료가 새벽 4~5시에 잠깐 집에 들렀다가 출근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한 개발팀 동료는 48시간 넘게 잠을 못 자 “마치 코딩 머신(자료 처리를 전담하는 기계) 같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애쓴 결과가 홈페이지 전면 개편이다. 2010년 이후 5년 만에 ‘새 옷’을 입은 것이다. “글자가 선명하고 커져서 좋다”(dogtooth53), “밝고 시원시원한 느낌이 단박에 느껴진다”(gncinema)는 독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독자가 많이 읽고,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행동을 데이터화해 서비스하는 ‘트렌드 뉴스’, 콘텐트의 메타 정보를 활용한 ‘이슈’ 페이지 등은 타 언론사 관계자들이 문의해올 정도로 화제가 됐다.
사내외 필진들이 쓰는 ‘J플러스’는 개편 이후 필진 신청이 눈에 띄게 늘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정보기술(IT) 업체 사장, 대학교수, 이발사, 캐나다 교포까지 새 필진의 직업과 국적은 다양하다.
개편 특집으로 마련한 디지털판 ‘평화 오디세이 2015’, ‘위안부, 고통의 목소리-눈물로 핀 꽃’ 등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특히 ‘JP 무빙웹툰’과 ‘한국 대학 별별 랭킹’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찾아가는 디지털 연재물이다. 이 두 콘텐트는 “와 신기하다” “개고퀄"(‘상당히 완성도가 높다’는 뜻의 온라인 속어·페이스북 독자)이란 말까지 들으며 화제몰이 중이다. 특히 모바일에 중심을 둔 서비스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개선해야 할 점도 발견됐다. 기자 페이지에서 기자들이 쓴 자기소개가 모두 보이지 않는 문제 등이다. 독자들의 애정 어린 지적도 이어진다. “문단 정렬 방식이 (양쪽 맞춤이 아니라) 왼쪽 정렬이어서 지저분해 보여요-애독자”(jinju.o), “뉴욕타임스와 비슷하지만 그만큼 깔끔한 느낌은 모자란다”(flarock) 등이다. 현재 기술개발팀은 철야를 이어가며 오류를 수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개편은 뉴스 소비 습관이 달라진 독자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지난해 10월 세계신문협회(WAN/IFRA) 행사에 강주안 디지털콘텐트부문 에디터, 최영민 디지털전략팀장, 변상민 기술개발팀장 등이 참석해 급격한 온라인 트렌드 변화에 맞는 미디어로 변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 게 발단이다. 이후 올 2월 개편 컨설팅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신혜련 서비스기획팀 차장 등 40여 명이 투입돼 8개월가량 기획·디자인·개발 단계를 거쳤다. 하지만 우리에겐 더 큰 과제가 남아 있다. 새 집으로 이사는 했으니, 진정한 ‘뉴스’로 집을 계속 채워야 한다. 이제껏 보여준 편집국 동료들의 활약이 앞으로도 절실하다. 본격적인 디지털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