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취재 경력 도합 30년 … “‘부캐’앞세운 친근함이 비결이죠”
중앙일보 중앙사보 2023.09.06
더중앙플러스 화제의 시리즈 ‘해외여행 일타강사’ 제작기

누구나 궁금해하지만,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여행의 기술.


레저팀의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 ‘해외여행 일타강사’ 기획 의도다.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이 재개됐으나, 알뜰 정보를 빙자한 사기성 광고가 판치는 상황. 올 초 레저팀은 어느 때보다 야무지고 정확한 여행 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여기까지가 대외적인 기획 의도다. 솔직한 이유는 따로 있다. 간단하다. 돈을 내야 볼 수 있는 기사라면, 돈을 버는 기사까지는 못돼도 돈을 아끼는 기사 정도는 돼야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해외여행을 작정하는 사람의 고민은 사실 고만고만하다. 우선 비행기 표 앞에서 멈춰 선다. 비행기 표는 왜 검색할 때마다 다른 가격이 뜨는가. 호텔도 고민을 부추기기는 마찬가지다. 온라인 여행사(OTA)마다 ‘업계 최저가’를 주장하는데 도통 믿음이 안 간다. 돈 떼먹고 ‘튀는’ OTA는 또 왜 이렇게 많은가.


시행착오 끝에 항공과 호텔을 결정해도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우리 집 ‘댕댕이’는 데려갈 수 있는지, 스마트폰 보조 배터리는 부쳐야 하는 건지, 인천공항에 어떻게 가는 게 편하고 싸고 빠른지, 일본 쇼핑몰에서는 무엇을 사와야 하는지… 이런 사소한, 그러나 가끔은 여행의 성공을 좌우하는 질문은 정부 공인 해외여행 교과서가 있다 해도 명쾌히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다.


어쩌면 흔하고 뻔한, 그렇다고 답이 있는 것도 아닌 바로 이 고민을 레저팀은 풀어주고자 했다. 취재는 어렵지 않았다. 레저팀은 세 명이 전부인 작은 취재 부서지만, 세 명 모두 여행·레저 취재 경력이 10년이 넘는다. 레저팀 기자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만 읊어도 사례는 부족하지 않았다. 다만 전달 방식이 고민이었다. 일반 기사 형식으로는 변별력이 약해 보였다. 여행은 주관적 경험의 영역이어서 좋고 나쁜 여행 정보도 주관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레저팀은 논의 끝에 사교육 시장의 은어 ‘일타강사’를 빌려왔다. 시험에 나오는 문제만 콕콕 짚어주는 일타강사처럼 해외여행 중에 있을 수 있는 갖가지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여행 고수가 족집게 강의 형식으로 들려주는 것을 선택했다. 요즘 인기 있다는 이른바 ‘부캐(부캐릭터)’를 앞세우자 훨씬 자유로이 콘텐트를 제작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모으기 어렵고 쓰기는 더 어려운 항공사 마일리지 공략법, 공항 출국 수속할 때 줄 서지 않는 법, 비행 중에 트렁크가 깨져서 나왔을 때 대처법 등 개별 상황별 대응 방법을 귀에 쏙쏙 들어오는 글로 알기 쉽게 풀어 냈다.

 


독자 반응은 이내 감지됐다. 해외여행 일타강사는 10회 만에 끝난 미니시리즈지만, 올 2분기에 연재를 시작한 더중앙 플러스 콘텐트 중에서 구독자 수와 페이월 클릭 수 등 주요 지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 덕분에 2분기 더중앙상 시리즈 부문도 수상했다.


거듭 솔직히 말하면, 레저팀 같은 작은 취재팀이 기존 업무를 그대로 진행하면서 새 콘텐트를, 그것도 회사 중점 사업인 더중앙플러스 콘텐트를 별도로 제작하는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니 다들 자신감을 가지셔도 될 듯하다. 레저팀도 이 정도는 했으니 말이다. 레저팀은 10월에 새 더중플 콘텐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손민호 레저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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