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차에 방염복 입고 땀 뻘뻘 … 내 한계와의 레이싱은 계속된다
중앙사보 2015.10.05
사우의 별별 취미 박상욱 JTBC 기자의 카레이싱
굉음을 내며 달리는 자동차, 시원한 복장의 모델, 그 옆에 서 있는 드라이버. 카레이싱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다. 그러다 보니 “카레이싱이 취미”라고 하면 소위 ‘된장남’에 과속을 즐긴다고 짐작하는 이들이 많지만 현실은 이렇다.
레이스를 앞두고 방방곡곡 타이어 재고 찾기에 나선다. 어렵사리 물량을 찾으면 불꽃 튀기는 흥정을 벌인다. 레이스 도중 차량 내부 온도는 약 45도. 에어컨도 켤 수 없고, 창문도 열 수 없다. 답답한 방염복에 헬멧·장갑까지… 가만히 있어도 온몸이 땀에 젖는다. 숨을 내쉴 때마다 안경엔 습기가 찬다. 비라도 내리면 나을까? 차는 맘대로 춤을 추고, 등줄기에선 서늘한 땀방울이 흐른다. 그 와중에 10색기(각종 색과 무늬로 구성된 10개 깃발)는 정신없이 펄럭인다. 청색기가 나오면 뒷 차량에 자리를 비켜줘야 하고, 황색기가 나오면 추월이 금지된다.
부상 걱정은 크지 않다. 든든한 안전장비 덕분이다. 하지만 내 차든 앞 차든 돌기 사작하면 내 머릿속도 돈다. ‘타라락’ 진품명품 감정가 패널이 눈앞에 떠오르고 수리비가 계산된다. 다른 스포츠와 같이 끝나고 나면 녹초가 된다. 페달이 부서져라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트를 밟느라 허벅지와 종아리는 뭉치고, 원심력을 버티느라 허리는 콕콕 쑤시며, 관성을 이겨내며 핸들을 돌리다 보면 손과 팔은 얼얼하다. 긴장으로 어깨와 목이 뭉치는 건 보너스다.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 휴게소에선 ‘차를 버리고 그냥 히치하이킹이나 할까’ 고민한다. 4월 대한자동차경주협회 C등급(아마추어 등급) 드라이버 데뷔 첫 시즌을 시작하며 겪은 ‘리얼 레이싱’이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레이싱에 뛰어드는 것은 성취감 때문이다. 오늘도 무사히 완주했다는, 오늘도 뭔가를 배웠다는 뿌듯함도 한몫한다. 레이싱을 통해 ‘절제’와 ‘균형’도 배워나가고 있다. 조금만 욕심이 크거나 서둘러도, 잠시만 머뭇거려도 위험이 찾아온다. 나와 내 차의 한계를 알아갈수록 두려움도 커지지만 깨달음의 기쁨도 커진다. 관성·하중이동·횡가속도 등 물리학 실습은 덤이다. 서킷에선 무단횡단이나 이륜차 역주행 등은 상상할 수도 없다. 일반 도로보다 더 통제돼 있고, 질서정연하고, 예측이 가능하다. 레이싱을 할수록 일반 도로가 더 위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평소 운전이 더욱 조심스러워진 이유다.
단순히 ‘차를 좋아하는’ 사람에 머물지 않고 차를 ‘제대로 타는’ 사람이 되고자 시작한 취미 덕에 매일같이 자동차 모형을 닦고 조이던 유아는 RC(무선조종) 자동차를 조종하는 소년이 됐고,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에 선수로 등록돼 B등급(세미프로) 승급을 앞둔 청년이 됐다. 일도 열심, 즐기는 것도 열심(Work hard, play hard)히 하자고 매일같이 다짐하는 데에 카레이싱은 내게 큰 동기를 주기도 한다. 또 일로서 자동차를 마주할 날을 대비해 계속해서 이론적인 공부도 하게 됐다.
“한계는 ‘무섭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아니다. 한계 이전에 ‘무섭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먼저 온다.” 레이싱 이론서의 한 구절이다. 코너 공략에 대한 조언이 언제부턴가 삶의 조언이 됐다. 백발의 노인이 돼도 일과 레이싱 모두에 지금과 같은 열정이 이어지길.
박상욱 기자·JTBC 국제부
박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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