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일보, LA타임스와 콘텐트 교류 협약 … 한인 언론 첫 사례
중앙일보 중앙사보 2024.02.01
미 유력지 콘텐트 무상 활용 한글 매체 확장 계기 마련

올해 창간 50주년을 맞는 미주중앙일보가 한인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LA타임스와 콘텐트 라이선스 협약(Content License Agreement)을 맺었다. 미주중앙일보가 LA타임스의 기사를 골라 매주 1개 면씩 한국어판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글과 함께 사진, 그래픽, 동영상도 사용할 수 있다. LA타임스와의 협약을 진두지휘한 정구현 LA중앙일보 편집국장이 중앙사보로 협약 뒷이야기를 보내왔다.   /편집자

 

 

기다렸던 기회는 느닷없이 왔다. LA타임스가 먼저 만나자고 제안했다. 협약 첫 미팅은 지난해 5월이었다. 실무자는 베트남계 베테랑 기자다. ‘커뮤니티 교류 담당 에디터’라는 새 직책을 받았다고 했다. 제안의 의도는 새 직책에서 넘겨짚을 수 있었다. 그들 역시 뭔가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만든 자리라고 읽혔다. 또 중앙일보를 이용해 그들의 기사를 한인에게 더 알리고 싶다는 욕심이 보였다. 그러니 이쪽의 욕심도 설명해야 했다. 우리 기사도 LA타임스에 싣는 쌍방향 교류여야 한다고.

 

협상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LA타임스의 사내 변호사가 고집 불통이었다. 논조와 문화, 언어가 다른 우리 기사를 그대로 받아쓰면 LA타임스가 법적 책임을 져야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문자와 통화, 미팅이 무한 반복됐지만,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타협해야 했다. 일단 호랑이 등에 올라타자. 스트레이트 기사 대신 우리 기자들의 칼럼을 싣는 걸 고려하겠다는 답변을 듣는 선에서 물러섰다. 그리고 LA타임스 편집국장의 인터뷰로 구두 약속을 얻어냈다. 실제 계약을 맺은 날이 지난해 12월 26일이었으니, 7개월 간 줄다리기를 한 셈이다.


 

남윤호 미주중앙일보 대표(왼쪽)와 케빈 머리다 LA타임스 편집국장.

 

계약 체결로 LA타임스가 얻은건 미주중앙일보라는 모세혈관이다. 영향력 있는 한글 매체를 파트너 삼아 한인 사회와의 연결 통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대규모 감원의 격랑 속에 있는 LA타임스로선 더없이 효율적인 선택일테다. 미주중앙일보의 표면적 이득은 돈 한 푼 안 내고 LA타임스의 콘텐트를 쓸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내부적인 성과는 앞으로의 확장성에 있다. 우리 목소리를 주류 사회로 전달할 수 있는 발판을 창간 50년 만에 처음 마련했다. 연대할 또다른 파트너들도 생겼다. LA타임스는 중국계 신문 월드저널(World Journal)과 누이비엣(Nguoi Viet News)과도 같은 계약을 했다.우리 입장에서는 유력 아시안 매체들과의 접점이 생겼다.

 

단기적인 목표는 앞으로 제작할 한국어판의 안정화다. 그리고 애초 계약 조건이었던 우리 기사를 저들도 받아쓰게끔 하는 ‘작업’도 이어갈 예정이다. K브랜드, ‘육구정동(식당과 카페가 몰려 있는 한인타운 6가길)’ 등은 우리만 제대로 쓸 수 있다. 우린 스테이크, 스시, 딤섬, 스파게티 맛을 알지만 저들은 고추장 맛을 모른다.

 

멀리 보면 이번 협약은 또 다른 계약을 위한 일종의 연습이다. 미주중앙일보의 이력서에 LA타임스라는 경력을 추가했으니 뉴욕 타임스, 워싱턴포스트, USA투데이도 두드려 보려 한다.

 

한글 매체의 확장성은 우리 기사를 인용하는 영문 매체 수와 빈도에 달려 있다. 요약한다면 다섯 단어다.
 

‘According to the Korea Daily(미주중앙일보에 따르면)’.

정구현 편집국장 LA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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