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미디어텍 디자인본부 산하 제작디자인팀이 콘텐트 후반 제작계의 마켓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콘텐트 후반 작업이란 촬영 이후 이뤄지는 영상 편집, 색 보정, 시각 효과(VFX), 음향 믹싱 등 콘텐트 완성도를 높이는 다양한 과정을 일컫는다.
제작디자인팀의 무기는 독보적인 영상 기술력이다. 박용 제작디자인팀장은 “다른 벤더(Vendor)들은 디자인만, CG만, VFX만 각각 작업할 수 있다. 우리는 프로그램 로고, 타이틀 영상, 자막부터 소품, 현장 LED에 VFX, 굿즈까지 올인원(All-in-One)이 가능한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지난달 1일에는 넷플릭스와 기술 제휴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도 맺었다.
최근 들어 영화나 드라마에 주로 쓰이던 CG와 VFX가 예능과 다큐 등 논스크립티드 콘텐트에서도 중요해지고 있다. 콘텐트의 현실성과 재미를 더하고, 4K와 HDR 등 고화질을 구현하기 위해선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화면에 걸린 스태프와 카메라를 지우개처럼 지우는 클리어링 CG, 프로그램 콘셉트를 좌우하는 말자막, 시청자 이해를 돕는 삽화와 그래픽 등은 콘텐트 완성도를 높이는 필요조건이 됐다.
시장 트렌드를 읽은 제작디자인팀은 2021년 TVING 오리지널 ‘사계’를 계기로 TF를 꾸리고 기술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이수정 CG파트장은 “OTT에 맞는 자막과 그래픽, 모바일에서 구현되는 컬러를 우리가 직접 쌓은 기술로 발전시켰다”며 “그러던 중 ‘솔로지옥2’와 ‘마녀사냥 2022’를 만나 확장기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기술력에 맞게 작업 프로세스도 바꿨다. 단계별로 업무를 세분화하고 유닛별로 작업을 진행해 효율을 높였다. 동료들 간에 학습과 기술 공유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조직 문화도 변화했다. 이 파트장은 제작사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따로 산업디자인 표준단가 책정 기준을 공부하기까지 했다.
그 결과, 2023년 제작디자인팀이 수주한 OTT 시리즈는 총 18개. 이 중 7개는 외부 제작사 콘텐트다. 지난해 화제작이었던 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제작사 TEO)과 ‘성+인물’(제작사 스튜디오모닥), 디즈니플러스 예능 ‘더 존: 버텨야 산다 3’(제작사 스튜디오가온)가 대표적이다. 수주액은 2022년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했다. JTBC 채널의 디자인·그래픽 업무를 병행하며 이뤄냈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박 팀장은 “중요한 건 팀원들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됐다는 점”이라며 “새로운 기술이나 작업 방식을 활발히 공유하고 팀원들끼리 디자인 공모를 하는 등 상호 자극을 통한 건강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발적인 기술 탐구와 공유는 HDR(High Dynamic Range) 컬러 구현 기술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 넷플릭스는 그들의 고유한 색 영역(Color Space)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는데, 한발 앞선 연구개발로 이를 만족시킬 원천 기술을 갖게 된 것이다. 이수정 파트장은 “가이드라인 중 하나인 ACES(Academy Color Encoding System) 색 영역에 최적화된 결과물을 얻어내는 기술은 현재까지 우리 팀이 독보적”이라며 “이뿐 아니라 콘텐트 후반 제작의 시작과 끝을 우리 팀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넷플릭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제작디자인팀의 올해 목표는 ‘확장’이다. 현재 작업 중인 MBC 예능 프로그램 ‘도망쳐’ 같이 지상파의 문도 계속 두드리겠단 계획이다.
박 팀장은 “다큐멘터리, 교양 등 다양한 장르로 영역을 확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