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손맛에 취해 10년 … "동기들아 사진 다 못 찍어줘 미안해"
JTBC 중앙사보 2015.02.02
사우의 별별 취미 이윤석 기자의 '결혼식 기념 촬영'

철컥철컥! 셔터를 누르는 순간, 짜릿함이 손끝으로 전해집니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카메라의 ‘손맛’입니다. 이 맛에 반해 10년 넘게 취미생활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뛰어나 굳이 커다란 카메라를 쓸 일이 없다고들 말하지만, 바로 이 손맛만큼은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이 손맛이 특히 강렬하게 와 닿을 때가 있습니다. 바로 동기(48기)들의 결혼식장에서 셔터를 누르는 순간입니다. 얼마 전엔 동기인 류정화 기자가 결혼을 했습니다. 몇 달 전부터 사진을 찍어달라고 ‘강력하게’ 재촉하더군요. 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인데 오죽했겠습니까. 
 

결국 휴일근무까지 바꿔가면서 결혼식장을 찾았습니다. 사진가 한 분이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더군요. 저도 주섬주섬 장비를 꺼내들었습니다. 양쪽 어깨에 카메라를 한 대씩 짊어진 바로 그 순간! 그분이 이상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더군요. 속으로 ‘넌 도대체 뭐냐?’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굴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가끔 스트로보(외장 플래시)를 번쩍번쩍 터뜨려주는 것도 중요하죠. 
 

시간이 흐를수록 묘한 경쟁 심리가 발동합니다. 결혼식이 다 끝나면 결과물을 놓고 신부가 냉정하게 평가할 테니까요. 남자들의 ‘핵 존심’이 발동하는 겁니다. 여기에 저는 동영상도 찍어야 합니다. 사진과 영상을 둘 다 하려면 누구보다 분주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언제나 등 뒤에선 땀이 줄줄 흐르죠. 
 

이윤석 JTBC 기자

 

무엇보다 중요한 건 후반 작업입니다. 저만의 편집실로 이동하죠. 나름 듀얼 모니터와 회사에서 사용 중인 것과 비슷한 수준의 편집용 컴퓨터가 준비돼 있습니다. 하루뿐인 휴일에 다 끝내려면 속도감 있게 움직여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작품(?)은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합니다. 예상치 못한 후폭풍에 당황할 때도 있습니다. 류 기자의 결혼 영상이 대표적입니다. 류 기자는 처음 보는 사람으로부터 “혹시 류정화 기자님 아니세요? 유튜브에서 봤어요! 결혼 축하해요!”란 얘기를 들었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하더군요. 
 

아쉬울 때도 많습니다. 동기들의 결혼식이 많다 보니 매번 카메라를 들고 갈 순 없습니다. 작업에 들어가는 시간이 만만치 않거든요. 모 동기는 결혼식장에서 “윤석이 내 결혼식엔 카메라를 두고 왔네!?”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그 동기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동기들에게도 다시 한번 양해를 구합니다. 
 

“사랑하는 동기들아! 결혼 사진 다 못 찍어줘서 미안하다!”

이윤석 기자 JTBC
첨부파일
이어서 읽기 좋은 콘텐트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