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저녁 8시10분. 큰소리를 내며 가동하는 윤전기에서 차례차례 ‘서울신문’ 제호가 찍힌 신문 지면이 나오자, 긴장감이 감돌던 공장 내부는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김홍준 중앙일보M&P 기술담당에게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말을 건넨 조억헌 서울신문 부회장은 베를리너판으로 처음 인쇄된 지면을 펼쳐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날 안산공장과 부산공장에서는 서울신문의 베를리너판형 전환을 알리는 첫 인쇄가 있었다. 특히 안산공장에는 박장희 중앙일보 대표, 김성원 중앙일보 경영지원실장, 조주환 중앙일보M&P 프린팅부문장과 조억헌 서울신문 부회장, 곽태헌 서울신문 사장 등 양 사 임직원 20여 명이 방문해 첫 인쇄를 자축했다. 곽태헌 사장은 “중앙일보와 서울신문이 파트너십도 맺은 만큼, 양 사 간에 좋은 분위기가 유지됐으면 좋겠고, 경영적으로도 양 사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김홍준 기술담당의 안내와 함께 인쇄부터 포장, 배송에 이르는 전체 공정을 둘러 봤다.
서울신문은 1904년 7월 창간한 대한매일신보가 기원으로, 국내에서 발행하고 있는 신문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다. 기존에는 프레스센터 지하에 위치한 서울신문 자체 윤전기로 인쇄하고 있었으나 창간 12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지면 혁신을 준비하며 대쇄를 추진했다.
지난해 12월 조주환 프린팅부문장이 서울신문의 지면 혁신 정보를 입수하고 수주 협상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인쇄영업팀은 다년간의 인쇄 수주 영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비용절감은 물론 지면 편집 다양화, 혁신을 위한 콘텐트 강화 등 서울신문 맞춤형 제안으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수주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수주 경쟁에 중앙일보를 포함해 3개 사가 뛰어들며 협상 과정이 몇 달간 길게 이어진 것. 인쇄영업팀은 대대적인 지면 혁신을 계획하고 있는 서울신문에 베를리너판형은 가장 좋은 선택지임을 지속적으로 어필했다. 더불어 중앙일보 전국 합배송망을 이용한 안정적인 발송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협상에서 최종 승리자가 됐다.
이번 서울신문과의 파트너십은 국내 주요 10대 일간지 중 국민일보(2018년)에 이어 세 번째로 베를리너판형 전환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조주환 프린팅부문장은 “지난해 신문 부수 감소로 안산공장의 윤전기 1대를 세우는 아픔을 겪었지만, 주요 일간지의 베를리너판형 전환을 수주해 윤전기를 재가동하는 오늘만을 상상하며 달려왔다”며 “수주 인쇄 시장의 마켓리더인 중앙일보의 경쟁력이 만들어낸 값진 성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