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아리 때 마니또 인연, 10년 만에 100년 가약
중앙사보 2015.11.09
웨딩스토리 윤영 디자이너
10년 전 대학 신입생 때 가입한 다도(茶道) 연합 동아리에서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여중·여고를 나와 여대를 다니던 저와 반대로 그는 남중·남고를 나온 공대생이었지요. 너무 다를 것 같은 두 사람이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서로 잘 맞았습니다. 찻잎을 만들기 위해 갔던 동아리 여행에서, 동아리 회장이었던 그는 마니또게임을 제안했습니다. 제가 챙겨줘야 할 저의 마니또는 운명처럼 바로 그였습니다. 동아리 멤버들이 밤을 새우고 게임을 하다가 모두 큰 방에서 자고 있을 때, 저는 더위를 많이 타는 그에게 밤새 부채질을 해줬습니다. 뒤늦게 알고 보니 그는 알고도 모른 척 자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대학 졸업 후에도 동아리 모임은 계속 됐습니다. 그렇게 7년 동안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나 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린 소위 ‘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장장 10개월을 말입니다.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함께 가고, 먹고 싶은 것이 생각나면 함께 먹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가 혼자 운동을 하다 다리를 다쳤습니다. 그 순간 가족이 아닌 그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때 왜 그랬는지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요. 그때의 선택으로 지금 그와 함께하게 된 것 같습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그는 달려와 저를 집까지 데려다 줬습니다. 다음날 결국 병원에 입원한 저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거의 매일 병문안을 와줬습니다. 퇴원 후에는 퇴근길에 저를 회사 앞에서 기다렸다가 집까지 데려다 줬습니다. 제 다리가 완쾌될 때까지 한 달이 넘는 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 말입니다.
그의 헌신적인 모습에 마음을 열어가던 저에게 그는 용기를 내어 제게 카드를 건넸습니다. ‘우리 이제 함께하자’. 2013년의 마지막 눈이 내리던 날 팔각정에서 함께했던 시간을 영원히 기억할 것 같습니다. 그 후 2년7개월이란 시간이 흘렀고 우린 ‘영원히 함께하자’는 약속을 하게 됐습니다. 신랑의 직장이 지방에 있는 터라 주말에만 만나 결혼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동안 한 번도 다툰 적이 없는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금처럼만 서로를 생각하고 아끼며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윤영 디자이너·코리아중앙데일리   일시: 11월 29일(일) 낮 12시30분  장소: 서울 중구 세종대로9길 퍼시픽타워 20층
윤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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