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엔 시민 반, 기자 반 … 추모 촛불 붙이는 꼬마 보며 먹먹
중앙사보 2015.11.23
고정애 특파원 파리 취재기
'메인 뉴스 전화 연결' 특명 서울서 도워줘 가능했던 일   ‘파리의 공화국 광장에 이어 볼테르가를 거쳐 알리베리가와 퐁텐 오 루아가를 갑니다. 때론 거꾸로도 돕니다. 샤론가도 들릅니다. 낯익은 지명들일 겁니다. 맞습니다. 대부분 테러 현장입니다.’ 고정애 중앙일보-JTBC 특파원이 19일자 중앙일보 ‘분수대’를 통해 밝힌 최근 며칠간의 동선이다. 프랑스 파리에 테러가 발생한 직후 현장으로 가 취재를 한 고 특파원과 e메일로 인터뷰했다.
-현장 취재 열기는 어땠나요. “현장엔 파리 시민 반, 기자 반이었습니다. 방송용 인터뷰를 따기 위해 ‘민간인’처럼 보이는 사람을 찾아서 요청했는데도, 기자라며 사양하는 일이 자주 벌어졌지요. 그래도 상대방들은 '다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들을 짓곤 했어요. 공화국 광장의 풍경도 크게 달라졌는데 15일 낮 공화국 광장엔 시민들 몇 명이 어두운 표정으로 서성였습니다. 그러나 17일엔 공화국 광장 주변을 언론사용 취재 텐트가 에워쌌지요.”
-추가 테러가 걱정되진 않았나요. “이렇게 말해선 뭣하지만 테러가 발생한 직후가 가장 안전할 때라고 하지요. 지금까진 그랬어요. 경계가 삼엄할 때이니까요.”
-테러 현장을 보니 어땠나요. “먹먹했습니다. 가끔 울컥도 하고요. 점차 희생자들의 신원이 알려지면서 현장엔 사진도 붙었어요. 다들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습니다.”
-신문방송 다 해야했는데요. “안(서울)에서 도와주지 않았으면 못했을 거예요. 사건 발생 후 ‘메인 뉴스 전에 파리에 도착해서 전화연결을 해야 한다’는 지시를 받았지요. 영상 카메라와 코디까지 같이 움직여선 도저히 그 시간에 맞출 수 없었어요. 저 먼저 부랴부랴 떠났어요, 방송 직전에야 파리에 도착했고(고맙게도 연착하지 않았어요) 승강장에서 뛰었지요. 국제부도, 제작팀도 기다려줬어요. 최정은씨(촬영 담당자)가 사무실에서 혼자 카메라·삼각대 등 방송 장비를 다 챙겼고 한 시간 후 도착했어요. 한국시간으로 오후 2시지만 이곳에선 오전 6시에 일어나 기사를 쓰기 시작하는데 신문 기사 두 개 정도에 방송 리포트 하나였지요. 그걸 서너 시간 안에 끝내야 했어요. 방송은 특히 싱크도 자르고, 관련 영상도 챙기고 그래픽도 만들고 부수적인 일이 많은데 동료들이 도맡아서 해줬어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사람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이는. “중앙일보 기사에서도 거론했지만 한 꼬마가 가장 가슴을 먹먹하게 했어요. 쪼그리고 앉아서 초에 계속 불을 붙이고 있더라고요. 무표정한 얼굴이었어요. 소리 내지 않고 우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인터뷰 하자고 말을 건네기도 주저될 정도로. 19명이 숨진 샤론가에 약국이 있어요. 거기로 들어가려면 추모 꽃다발과 초들을 지나쳐야 했지요. 안에서도 꽃다발이 보이고요. 가게 문을 열고 손님을 맞는 약사의 표정도 잊기 어렵네요.”
-한국 동료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전 18일 런던으로 돌아왔습니다. 무사합니다. 연일 좋은 지면, 좋은 방송 만드시느라 수고 많으십니다. 파이팅!” 
임선영 기자
임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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