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신인섭 차장과 김호준 선임디자이너가 편집한 ‘농담인데 불편하네 수저 계급론’(중앙일보 10월 28일자 24면 ‘젊어진 수요일’사진)이 한국편집기자협회가 주는 제170회 이달의 편집상 피처 부문에서 수상했다. 수상 지면은 ‘수려한 레이아웃이 시선을 붙잡고 디테일을 잘 살린 데이터까지 편집자가 아이템을 어떻게 잘 다룰 수 있는지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김 선임디자이너가 이 지면이 나오기까지의 뒷얘기를 전한다.
“선배, 이번에는 태어난 환경에 따라 금·은·동·흙으로 삶의 등급이 정해진다는 수저론입니다. 기사는 왜 수저론이 나왔고 인기를 끄는지 이유와 현실을 짚어보고, 이미지로 각 등급 인물들의 방 사진을 비교해 보려고요.” 조혜경 사회2부 기자가 수다의 시작을 알린다.
“세상에 그런 게 청춘들 사이에 유행한다고? 삶이 팍팍한가 보네….”(김 디자이너) “그걸 모르시다니, 선배 혹시 금수저 아니에요?”(윤정민 기자) “하하하 넌 뭔 수저니?”(김 디자이너) “저는 흙수저입니다. 흑흑.”(박병현 기자) 농담을 양념으로 한 아이디어 회의가 이어진다.
“재미있는 주제네. 비주얼에 쓸 재료로는 공통항목 비교가 어떨까. 각 수저들이 갖고 있는 자동차·시계·집이라면 누가 봐도 차이 나는 비교거리가 될 것 같은데.”(김 디자이너)
실제 금·은·동·흙수저의 대표 사례로 등장하는 취재원들이 싫어할 거라는 조 기자의 우는 소리가 나왔다. 그래도 나는 더 나은 지면 편집을 위해 취재기자의 고충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준 듯 조 기자가 그래픽 거리 준비하고 보강 취재도 할게요라며 돌아설 땐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이제 기사와 제목, 그래픽 등 모든 요소의 방향이 잡혔다. 그래픽은 미리 제작에 들어간다. 그런데 큰 암초를 만났다. 아무리 해도 흙수저가 구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불타는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아마 지구상의 거의 모든 모래 해변은 다 검색해본 것 같다. 해변 사진들을 조각조각 붙여 숟가락 모양을 만들고 색깔을 맞추고 입체감을 넣었다. 대여섯 번의 실패를 거치며 모래알 한 톨 한 톨 테두리를 따 흙수저의 디테일도 완성했다. 금수저·은수저·동수저는 골동품·경매·수저 판매 사이트를 찾아 3~6장의 사진을 합성했다.
마감하는 날이 되면 지금까지 모은 방대한 양의 정보를 지면에서 빼는 게 주요 업무로 바뀐다. 독자에게 꼭 필요한 부분만을 직관적이고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때는 기사도 그래픽도 아까운 마음만 안고 눈물을 머금은 채 과감하게 자른다.
10월 28일자 신문이 나오고 선배들의 칭찬도 있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578명이 기사를 공유하면서 수저 바람이 불었다. 보람을 제대로 느끼는 한 방이다.
프리미엄면의 ‘젊어진 수요일’은 각자의 수다가 지면이 된다. 그 수다는 늘 애초에 계획했던 양보다 더 많은 준비와 노력을 하게 만들지만 누구도 찡그리진 않는다. ‘젊어진’이라는 말에 걸맞게 항상 유쾌한 소통과 긍정적인 에너지가 흐르기 때문이다. 일의 즐거움과 보람, 그리고 상까지 받게 해준 모든 동료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