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모든 모래해변 검색 … 6전7기로 완성한 흙수저 이미지
중앙사보 2015.12.07
'수저 계급론' 지면 나오기까지
처음엔 '방 비교 그래픽' 계획 '독자 잘 모른다' 의견에 변경
중앙일보 신인섭 차장과 김호준 선임디자이너가 편집한 ‘농담인데 불편하네 수저 계급론’(중앙일보 10월 28일자 24면 ‘젊어진 수요일’사진)이 한국편집기자협회가 주는 제170회 이달의 편집상 피처 부문에서 수상했다. 수상 지면은 ‘수려한 레이아웃이 시선을 붙잡고 디테일을 잘 살린 데이터까지 편집자가 아이템을 어떻게 잘 다룰 수 있는지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김 선임디자이너가 이 지면이 나오기까지의 뒷얘기를 전한다. 
“선배, 이번에는 태어난 환경에 따라 금·은·동·흙으로 삶의 등급이 정해진다는 수저론입니다. 기사는 왜 수저론이 나왔고 인기를 끄는지 이유와 현실을 짚어보고, 이미지로 각 등급 인물들의 방 사진을 비교해 보려고요.”
조혜경 사회2부 기자가 수다의 시작을 알린다.
“세상에 그런 게 청춘들 사이에 유행한다고? 삶이 팍팍한가 보네….”(김 디자이너)
“그걸 모르시다니, 선배 혹시 금수저 아니에요?”(윤정민 기자)
“하하하 넌 뭔 수저니?”(김 디자이너)
“저는 흙수저입니다. 흑흑.”(박병현 기자)
농담을 양념으로 한 아이디어 회의가 이어진다.
“재미있는 주제네. 비주얼에 쓸 재료로는 공통항목 비교가 어떨까. 각 수저들이 갖고 있는 자동차·시계·집이라면 누가 봐도 차이 나는 비교거리가 될 것 같은데.”(김 디자이너)
실제 금·은·동·흙수저의 대표 사례로 등장하는 취재원들이 싫어할 거라는 조 기자의 우는 소리가 나왔다. 그래도 나는 더 나은 지면 편집을 위해 취재기자의 고충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준 듯 조 기자가 그래픽 거리 준비하고 보강 취재도 할게요라며 돌아설 땐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이제 기사와 제목, 그래픽 등 모든 요소의 방향이 잡혔다. 그래픽은 미리 제작에 들어간다. 그런데 큰 암초를 만났다. 아무리 해도 흙수저가 구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불타는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아마 지구상의 거의 모든 모래 해변은 다 검색해본 것 같다. 해변 사진들을 조각조각 붙여 숟가락 모양을 만들고 색깔을 맞추고 입체감을 넣었다. 대여섯 번의 실패를 거치며 모래알 한 톨 한 톨 테두리를 따 흙수저의 디테일도 완성했다. 금수저·은수저·동수저는 골동품·경매·수저 판매 사이트를 찾아 3~6장의 사진을 합성했다.
마감하는 날이 되면 지금까지 모은 방대한 양의 정보를 지면에서 빼는 게 주요 업무로 바뀐다. 독자에게 꼭 필요한 부분만을 직관적이고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때는 기사도 그래픽도 아까운 마음만 안고 눈물을 머금은 채 과감하게 자른다.
10월 28일자 신문이 나오고 선배들의 칭찬도 있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578명이 기사를 공유하면서 수저 바람이 불었다. 보람을 제대로 느끼는 한 방이다.
프리미엄면의 ‘젊어진 수요일’은 각자의 수다가 지면이 된다. 그 수다는 늘 애초에 계획했던 양보다 더 많은 준비와 노력을 하게 만들지만 누구도 찡그리진 않는다. ‘젊어진’이라는 말에 걸맞게 항상 유쾌한 소통과 긍정적인 에너지가 흐르기 때문이다. 일의 즐거움과 보람, 그리고 상까지 받게 해준 모든 동료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김호준 선임디자이너·중앙일보 
김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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