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 피큐어, 창가 농장… 분위기 살리는 사우의 취미
중앙사보 2015.12.14

인형 모으기, 화분 키우기 …

사무실 나만의 공간 조성

동료 관심 집중, 일도 집중


큰 키에 떡 벌어진 어깨, 한눈에 봐도 ‘상남자’인 이 사우. 그의 책상엔 아기자기한 캐릭터 인형들이 놓여 있다.


키 1m 73㎝, 도도한 눈빛의 한 여성 사우. 사무실 창가에 여러 개의 화분을 놓고 본인의 이름을 따 ‘우주 농장’이라 이름 붙였다.


캐릭터 인형이나 피규어(영화·만화·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를 축소한 인형), 힐링 소품을 근무 공간에 진열하는 중앙 사우가 있다. 김정래 중앙일보 전략사업팀 사우, 우한재·김우주 중앙일보플러스 사우가 그 주인공이다. 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키덜트’(Kid와 Adult의 합성어)임을 자처하는 사우들은 “좋아하는 것 이상의 이유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래 중앙일보 전략사업팀 사우는 책상 위 ‘라인(모바일 메신저)’ 캐릭터 인형들을 가리키며 “사무실에서 보면 힘이 날 것 같은 표정의 캐릭터만 골랐다”고 말했다. “파이팅을 외치는 ‘코니(캐릭터 이름)’가 내게 힘을 내라고 말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작은 소품이 업무의 몰입도를 높이기도 한다. 우한재 중앙일보플러스 사우는 집에 피규어 수십 개가 있는데 그 중 일부를 사무실로 데려왔다. 그는 “마치 내 방에서 일하는 것 같은 편안한 마음이 들어 집중이 잘 된다”고 말했다.


책상 위 이유 있는 반란(?)은 동료와의 관계도 돈독하게 했다. 같은 사무 공간을 쓰면서도 대화할 기회가 적었던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가격은 얼만지,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자녀가 좋아할 만한 상품은 무엇인지 등 대화 소재가 무궁무진했다. 김우주 사우는 “사무실에서 죽어가는 다육식물(선인장이 대표적)을 하나 둘 대신 맡아 키운다는 게 작은 ‘농장’이 됐다”고 말했다. 삭막했던 업무 분위기에 활력도 불어넣었다. 해외 여행을 다녀온 동료가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한정판 아이템을 선물하는가 하면 월급날이면 동료들이 “오늘 새 친구 사러 가?”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키덜트족의 숙명일까. 사우들은 공통적으로 자칫 '사무 공간을 산만하게 만든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까 봐 염려했다. 피규어로 책상을 꾸민 한 사우는 익명을 요구하면서 “이 나이에 혹여 ‘오타쿠’(御宅, 한 분야에 너무 집중한 탓에 사회성이 결여된 인물)처럼 보일까 염려가 된다”는 걱정도 내비쳤다. 


하지만 키덜트족인 중앙 사우는 의외로 평범했다. 집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이 ‘일하기 행복한 곳’이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우한재 사우는 “만약 누군가의 책상에 장난감이 보인다면 즐겁게 일할 자세가 된 것으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김정래 사우는 “캐릭터의 표정처럼 항상 웃으면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김민지 사보기자·중앙일보플러스

김민지 사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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