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머리 작전 … 집무실 공개한 마윈, 붓글씨 써 준 가즈오
중앙사보 2015.12.21
중앙일보 사장상 수상 후기 ‘글로벌 혁신 기업인’팀
끈질긴 인터뷰 요청, 밀착 취재 "자신감 얻은 게 가장 큰 수확"   ‘중앙일보 사장상’ 시상식이 15일 서울 서소문로 중앙일보 10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장상 1급과 상금 1000만원은 메르스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박현영·강인식·이에스더·정종훈·노진호·손국희·신진·신진호·최종권 기자)에게 돌아갔다. 6월 대한민국을 강타한 메르스 사태를 날카롭게 분석하며 보건 당국의 문제점을 지적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글로벌 혁신 기업인’ 시리즈 연재팀(김준술 차장, 구희령·김현예·박수련·이소아·김기환 기자)은 해외 유력 기업인 연쇄 인터뷰를 통해 미래 50년을 심층 조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사장상 2급과 상금 500만원을 받았다. 이번 호에는 ‘글로벌 혁신 기업인’ 시리즈 연재팀의 취재 후기를 전한다. 메르스특별취재팀의 취재 후기는 다음 호에 싣는다. 
# 6월25일. 중앙일보 9층 서가(書架), 비밀 작전 거사를 모의한 날. 당시 표재용 산업데스크와 김준현 부장이 산업부 팀장 3인방을 호출했다. 심재우 차장과 필자, 함종선 차장까지 모였다. 창간 50년 야심작으로 ‘빅샷 인터뷰’를 해보자며 뭉쳤다. 쉽지 않은 특별 지령. 결론은 하나로 모였다. ‘세계 1등 기업’ 오너와 회장·사장들을 직접 불러낸다는 과녁이 정해졌다. 고난과 보람의 ‘석 달 행군’은 이렇게 시작됐다.
# 9월2일. 중국 항저우, 마윈 사로 잡은 박 기자 거물 섭외는 공작(工作)의 연속이었다. 1인자 인터뷰는 모든 회사가 꺼리는 일이다. ‘공식요청·설득·압박’의 삼박자로 밀어붙였다. 첫 쾌거는 IT 강자 박수련 기자가 올렸다. 마윈 회장은 중국 항저우의 알리바바 본사 집무실을 한국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라운드 티셔츠에 운동화 차림. 인터뷰는 예정보다 20분을 넘겨 한 시간 이상 진행됐다. 처음에 보좌진은 “사진도, 비디오 촬영도 안 된다”며 깐깐하게 굴었다. 하지만 “사진 한 장 같이 찍자”는 제안에 결국 마 회장도 환하게 웃으며 응했다. 박 기자는 신문에 미처 못 실은 사진을 중앙사보를 통해 ‘단독 공개(사진)’ 했다.
# 9월1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거머리 김 기자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자동차 업계 ‘스타 CEO(최고경영자)’다. 깐깐하기도 하다. 김기환 기자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취재를 이용해 인터뷰를 추진했다. “15분 정도 단독 인터뷰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왔다. 이걸론 모자랐다. 김 기자는 곤 회장이 모터쇼 당일 글로벌 미디어 100개사를 초청한 자리에서 두 시간 동안 그를 쫓아다니며 질문을 퍼부었다. 곤 회장은 “당신 같은 기자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김 기자 귀국 뒤 추가로 서면 인터뷰에도 응했다.


# 9월18일. 일본 교토. 83세 대가(大家)와의 밀당

‘경제 동물’이란 호칭이 붙는 일본 재계엔 ‘경영의 신(神)’ 3인방이 있다. 혼다 소이치로(1906~91)와 마쓰시타 고노스케(1894~1989)는 세상에 없다. 그래서 이나모리 가즈오(83) 교세라그룹 명예회장은 ‘살아 있는 신’으로 통한다. 필자가 ‘마크맨’을 자청했다. 물론 그와의 연결 끈은 없었다. 첫 단추는 일본항공(JAL) 한국 법인에서 시작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붕괴 직전의 JAL에 ‘구원투수’로 들어가 회생을 이끌기도 했다. JAL을 통해 어렵게 교세라 본사와 연결이 됐다. 그와 홍보실을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논리로 자료를 준비했다.
두 달여 작업 끝에 창간 50년 기념일 직전 받아낸 ‘OK’ 사인. 하지만 인터뷰 내내 진땀을 뺐다. ‘단답형·철학적 답변’이 쏟아졌다. 밀릴 순 없었다. 답변의 꼬리를 붙잡고 질문을 던졌다. 한 시간여 내내 기싸움·밀당이 벌어졌다. 결말은 좋았다. 노장은 ‘친필 붓글씨’로 사훈까지 써주며 기자를 배웅했다.
# 12월15일. 다시 중앙일보 빌딩, 10층 대회의실 석 달간 글로벌 구루(Guru)들과 씨름한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모였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JMnet) 창립 50년을 맞아 9월 하순부터 게재한 ‘글로벌 혁신 기업인, 50년 미래를 말하다’ 기획기사로 사장상을 받았다. 이번 작업의 가장 큰 열매는 기자들의 배가된 ‘자신감’이다. 연초 산업부 신년 세미나에서 “올해 600마력의 팀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얘기했다. 더한 것도 할 수 있겠다. 이탈리아 수퍼카 페라리가 최근 1000마력짜리 괴물차를 만든 것처럼. 넓은 지면을 허락해주신 최훈 편집국장과 회사에도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김준술 차장·중앙일보
김준술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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