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전 경주시에 첫 도서관 선물한 중앙일보에 감사”
중앙사보 2015.12.21
중앙일보·동양방송 함께 중소도시에 설립·기증
경주시, 홍석현 회장에 15일 명예 시민증 수여
1976년 11월 26일, 경북 경주시에 처음 생긴 도서관을 둘러보기 위해 시민 600여 명이 모여 들었다. 신라 양식의 한식 골기와 지붕을 얹은 건물이 고풍스러운 자태를 뽐냈다. 도서 1만2800권과 쾌적한 열람실, 당시엔 보기 드물었던 보일러 난방시설까지 갖춘 ‘최신식 도서관’이었다. 중앙일보와 동양방송(JTBC의 전신)이 건립해 기증한 경주중앙도서관 이야기다. ‘중앙’은 중앙일보의 ‘중앙’에서 따왔다. 당시 도서관 기증식에서 고(故) 유민(維民) 홍진기(洪璡基1917~86) 회장은 “중앙도서관이 경주 문화의 새로운 꽃을 피우는 촉진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76년 11월 27일자 중앙일보). 유민의 바람처럼 중앙도서관은 경주 시민들이 꿈을 꽃피우는 공간이 됐다. 도서관 입구엔 매일 긴 줄이 이어졌다. 공부방이 마땅치 않던 시절, 도서관엔 자리를 맡기 힘들 만큼 학생으로 북적였다.
그로부터 39년이 지난 15일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이 경주 명예시민으로 위촉됐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이날 서울 서소문로 중앙일보 사옥을 찾아 홍 회장에게 명예시민 증서를 전달했다(사진). 최 시장은 “경주시에 중앙도서관을 건립·기증한 고 홍진기 회장의 뜻을 기리며 39주년을 맞아 경주시민의 고마움을 담아 명예시민증을 드린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동양방송은 창립 11주년 기념 사업으로 중소도시에 도서관을 지어 지역사회에 기증했다. 75년부터 80년까지 군산·진해·경주·천안·강릉·충주·전주·수원 등지에 ‘중앙도서관’을 건립했다. 이들 도서관은 지역에 독서 열풍을 일으키면서 ‘지역 두뇌’의 산실이 됐다(78년 2월15일자 중앙일보).
홍 회장은 15일 “선친이 미국 카네기도서관의 영향을 받아 당시 중소도시에 도서관 건립 기증 사업을 하신 것으로 기억한다”며  “80년 언론 통폐합이 없었다면 도서관 건립 기증을 계속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기 회장의 책 사랑은 익히 알려져 있다. 75년 사내 중앙도서관에 독서상우(讀書尙友·책을 읽어 성현들과 벗한다는 뜻)란 친필 휘호를 남길 만큼 책을 가까이 했다.
경주중앙도서관은 유민의 이런 정신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미취학 어린이부터 8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하고, 거의 매일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도 있을 만큼 사랑받고 있다. 철학·종교·사회·자연·예술·역사 분야 등 보유 도서는 3만여 권이고 ‘족보자료실’도 있어 3200여 권의 족보를 갖췄다. 지난해 자료실을 넓히는 내부 공사를 했지만 신라 양식을 살린 외관은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중앙도서관을 관리·운영하는 정숙자 경주시립도서관장은 “중앙도서관은 경주 최초의 도서관으로 역사가 깊은 만큼 시민들의 추억도 많은 곳이다. 지금도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며 “경주에 첫 도서관을 지어준 홍진기 회장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임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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