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 위 셀피?” 클린턴과의 셀카…미 대선 빅매치 현장 누빌 것
중앙사보 2016.01.25

미국서 온 신년 편지 - 김현기 워싱턴 특파원

 

위경련 참고 아이오와 날아가
준비된 그녀 120점짜리 멘트
대선까지 미국 곳곳 누빌 것

 

미국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의 ‘셀카’로 새해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김현기 워싱턴 특파원이 중앙사보에 새해 편지를 보냈다. 취재 뒷얘기와 새해 소망을 들어봤다.

 

“지금 공항이 아니라 병원 응급실로 가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난 4일 새벽 5시30분 워싱턴 레이건 공항. 워싱턴총국 카메라맨 후배 조한스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내가 전날 밤부터 계속된 위경련으로 거의 초주검이 된 상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탈지 말지의 기로에서 결국은 돈 생각이 났다. 취소하면 항공료·숙박비를 날려야 한다.

정신을 가다듬고 비행기에 탄 순간 다시 눈앞이 아득해져 왔다. 비행기 좌석 양 옆으로 정말로 '산'만 한 백인 2명이 버티고 앉아 있는 것 아닌가. 아이오와까지의 5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른다. 힐러리의 첫 유세장인 대븐포트에 도착하자 통증이 줄기 시작했다.


아이오와는 정말 시골이었다!(그간 워싱턴에만 있어 잘 몰랐다.) 사람들도 순박하고 왠지 느슨했다. 힐러리에 근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왔다. 30분가량의 유세가 끝나갈 무렵 카메라맨에게 사인을 보냈다. 무대와는 울타리로 막혀 있는 기자석을 떠나 슬그머니 일반 청중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세 후 힐러리가 청중에게 다가오는 순간만을 기다렸다. 한국 국민에게 메시지 한마디 달라는 주문에 힐러리는 준비한 듯 120점짜리 멘트를 날렸다. 이런 시골 구석에 한국 기자가 올 줄 상상도 못했을 텐데 역시 그 내공은 대단했다.


그날 밤 마지막 유세장. 목표는 셀카로 정했다. 메시지도 들었으니 이제는 타사가 변명할 여지를 못 주도록 할 증명사진인 셈이다. 내 마음을 읽은 것일까. 힐러리는 청중 끝 쪽에 서 있는 내게 활짝 웃으며 다가와 셀카 촬영에 응했다. 최대한 소규모 집회 장소를 찾아가야 근접이 가능하더라고 조언해준 일본 특파원 친구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위경련을 꾹 참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공화당의 유력 주자 테드 크루즈를 취재할 때도 마찬가지로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워싱턴 생활은 남들 생각보다 힘들다. 시차 때문에 낮에는 현지 취재를 하고 밤에는 한국 시간에 맞춰 기사를 써야 한다. 여기에 방송까지 해야 하니 일단 육체적으로 힘들다. 하지만 미국에 온 지 어언 7개월이 되고 보니 처음엔 속리산 산장처럼 고적하게 느껴지던 동네(버지니아주 매클린) 풍경도 점점 익숙해진다. 맛 대신 칼로리와 양으로 승부하는 이곳 음식에도 적응되고 말았다. 국제관계 심포지엄 취재도 하나의 낙이 됐다.


올해의 포부는 현장이다. 11월 8일의 대선 본선까지 미 전역을 돌아다니며 대선 현장을 눈과 귀와 가슴으로 느끼고 싶은 마음이다. 이왕이면 취재거리가 풍부한 트럼프 대 힐러리의 빅매치가 됐으면 좋겠다는 게 내 새해 소망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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