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음지에 ‘스포트라이트’ 를 비추다
중앙사보 2016.02.01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상훈 자료 68만건 분석

세월호 민간 잠수사 취재

굵직한 특종 행진 잇따라


“대한민국 훈장이 인권을 유린한 자, 민주화를 탄압한 자, 거짓으로 간첩을 만든 자 등에게 주어진 사실을 아십니까? 또 이들이 그 공로로 일생 동안 정부로부터 각종 혜택을 받고 있는 사실을 아십니까?”


1월 29일, JTBC 탐사기획 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매주 금요일 오후 9시40분)가 1948년부터 수여된 68만 건의 상훈 자료를 분석하고 관련 인물을 취재해 보도했다. 한국 방송 사상 최초다. 보도에 따르면 12ㆍ12 군사반란과 5ㆍ18 광주민주화 운동 무력진압의 직후 이에 참여한 장교 수십 명은 무공훈장을 받은 반면 이에 맞서다 숨진 헌병대 초병은 훈장 추서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이하 스포트라이트)는 지난해 5월 31일 ‘존속살해 무기수 김신혜, 철창 안의 절규’편을 시작으로 ‘국가로부터 배신당한 민간 잠수사’ 등 여론에 화제가 되는 방송을 해왔다. 메르스 사태 땐 ‘X-이벤트’(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한번 발생하면 최악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극단적 사건을 예측해 구성)라는 새로운 형태의 방송으로 호평을 받았다.


스포트라이트는 사회가 외면하는 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진상규명을 하는 역할도 도맡아했다. ‘731부대에서 희생당한 첫 남한 출신 독립운동가’는 스포트라이트가 발굴한 대표적인 특종이다. 도 세월호 참사 때 구조작업을 도맡은 민간 잠수사들이 겪고 있는 극심한 고통과 회한을 약 2년 간 밀착 취재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충격적인 사건 고발도 잇따랐다. 스포트라이트는 1982년까지 운영되었던 소년수용소 ‘선감학원’에서 펼쳐진 가혹한 인권 유린에 의해 300여 명이 불법 암매장된 사실을 고발해 진상규명의 단초를 마련했다. 또 강희락 전 경찰청장 등에게 뇌물을 건네 구속된 함바왕 유상봉씨가 옥중편지를 통해 정치인 및 공직자들에게 금품 로비와 협박을 지시한 사실도 폭로했다.

남다른 노력에 좋은 평가도 따라왔다. 10월 4일과 11일 2부작으로 방송된 ‘엄마 찾아 사선을 뚫다’ 편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선정하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상을 수상했다. 탈북아동 두명이 10년 전 반강제로 이별한 엄마를 찾아 북ㆍ중 접경지역에서 제3국의 한국대사관에 도착하기까지 1만km의 여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당시 현장 취재와 연출을 담당한 김명환 탐사제작팀장은 “(보도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제작진을 믿고 폭넓게 지원해주는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탐사기획국은 ‘공포의 외인구단’이다. 총 7개의 팀으로 구성됐는데, 각 팀마다 JTBC 혹은 외주ㆍ프리랜서 PD, JTBC 기자, 프리랜서 작가와 리서처조연출인턴 등으로 짜여있다. 처음엔 구성원끼리 겉도는 듯 했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은 서로가 각자의 단점을 보완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한다. 김정연 작가는 “취재에 강한 기자, 제작에 강한 PD, 프로그램 구성에 강한 작가가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자신의 장점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JTBC 초대 보도국장을 지낸 이규연 탐사기획국장은 직접 현장을 뛰며 마이크를 잡는 등 제작과 진행을 총괄하며 활약하고 있다. 이 국장은 “이 방송은 사회가 무엇에 대해 공분하고,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를 모색하는 프로그램”이라며 “그간의 굵직한 특종 보도들을 밑거름 삼아 앞으로도 공익에 기여하는 방송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ㆍJTBC 탐사기획국

박지윤 기자
첨부파일
이어서 읽기 좋은 콘텐트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