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들이 ‘뉴스룸’에 줄서는 이유
중앙사보 2016.02.22

싸이·정우성·강동원·김혜자·김훈 심층 대담 … 유명인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 재조명.

 

‘손석희 앵커의 미친 섭외력’, ‘지상파 토크쇼 긴장케 하는 막강 섭외력’, ‘뉴스룸에 줄선 스타들’ … 뉴스룸 ‘문화 초대석’을 주목한 기사들이다. 뉴스룸이 타 매체들의 ‘뉴스’가 되고 있다.


좀처럼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던 서태지가 “손석희 앵커와 밤새도록 이야기하고 싶다”며 뉴스룸을 찾았고, 11년 만에 방송에 출연한 강동원의 일기예보는 인터넷에 ‘댓글 폭풍’을 불러왔다. 할리우드 스타 러셀 크로와 세계적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출연은 전 세계 모든 분야에 열려 있는 뉴스룸의 넓은 공간을 상징한다.


 

무대 뒤의 긴장하는 스타, 이미연

지난 목요일 출연한 배우 이미연. 강단 있는 소신 발언의 그녀도 생방송이 끝난 뒤 “너무 떨렸어요. 선생님(손석희 사장)이 편하게 해 주시지는 않잖아요?”라며 긴장했던 속내를 드러냈다. (물론 ‘편하게 안 해 준다’는 여배우의 발언에 손 앵커의 ‘팩트체크’가 들어 갔다. 이미연은 “정치인들에게도 마악 호통치시잖아요”라고 반박했고, 손 앵커는 “저는 호통 친 적 없어요”라며 재반박에 들어가는 훈훈한 비공개 ‘썰전’이 펼쳐졌다.)

뉴스룸 문화 초대석 담당 김현정 작가는 “좀처럼 떨지 않는 톱스타들도 손석희 앵커를 만난다는 긴장감 때문에 사전 녹화를 간곡히 부탁하거나 당일 다른 일정을 잡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뉴스룸 스튜디오에선 연예인들이 정치인이나 각계 전문가 패널들보다 더 긴장한다.” 뉴스룸 2부 진행 담당 김진우 PD의 말이다. 인터뷰 컷을 넘기면서, 화면에 드러나지 않는 출연자의 ‘B컷’을 관찰해 온 그는 “라디오 진행의 관록이 깊어서였던지 이문세만 여유 있어 보였다”고. 톱스타들의 일반인 같은 모습, 어쩌면 동시대 ‘삶의 동반자’로서의 인간미. 그런 모습을 재발견하는 것이 뉴스룸에서만 만날 수 있는 반가운 ‘진실’일지 모른다.


 

“나도 기다려줘요, 정우성”

뉴스룸은 톱스타를 위한 연회석이 아니다. 어쩌면 정우성에겐 껄끄러웠을지 모른다. 멜로 다작(多作)에 대한 우려, 전작(前作)에 이은 기억상실증 소재의 ‘재탕’, ‘유엔 난민기구 대사’ 역할에 대한 진정성까지… 곤혹스러운 질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정우성은, 멜로…. 식상하지만 끊일 리 없는 남녀 관계의 근원적 질문에 대한 배우의 천착을, 그 새로울 게 없어 보이는 한계적 상황에 대한 새로운 영화적 도전을, 진지하고 담담하게 풀어냈다. 유엔 난민기구 대사 활동에 대해선 필드요원들에게서 얻은 ‘감동’을 앞세웠다.

뉴스룸 ‘정우성 현상’을 더욱 돋보이게 한 건 그의 팬 서비스다. 인터뷰가 끝나도, 클로징 멘트가 끝나 카메라가 멈춰도 ‘후(後) CM’이 다 돌기 전까지는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제작진들. 행여나 정우성이 먼저 스튜디오를 떠나지 않을까 싶어 ‘비디오 월’(앵커 뒤쪽의 배경 스크린)에 띄운 ‘나는 방송 중이에요, 가지 마요, 나도 기다려줘요’라는 메시지를 그는 읽었다. JTBC미디어텍 문자그래픽팀 박경민씨는 “정우성은 한마디로 ‘왕친절’, 스태프들과 사진 다 찍어줬다”며 “나는 방송 중이라고 애타게 외치던 제작진을 세상에 알려준 배우”라고 감동했다.

 


인터넷 끓게 한 강동원의 날씨예보


강동원의 ‘SNS 폭풍’도 대단했다. 녹화 대신 생방송을 택한 이유로 “저 때문에 따로 (손 앵커의) 시간을 빼는 건 죄송한 일”이라고 말해 그의 배려심도 화제가 됐다. 그 ‘배려심’이 불러온 사태가 바로 방송사상 전무후무할 톱스타 일기예보.

상황은 이렇다. 그는 무려 출연시간 1시간30분 전에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쑥스럽게도 뉴스룸 스튜디오를 구경하고 싶다는 이유. 출연이 끝난 뒤에도 웬일인지 그는 뉴스룸 테이블을 떠나지 않았다. 방송사고일 것도 없었다. 강동원이 앉은 자리를 피해 손석희·한윤지 앵커 ‘투샷’을 잡아 클로징 멘트를 하기엔 충분한 공간. 하지만 손석희 사장의 ‘장난끼’가 발동하기에도 충분했던 ‘공간’이었다. 한윤지 앵커가 마지막 스포츠 뉴스를 전하는 동안, 원래 한 앵커 몫의 날씨예보 단신을 손 앵커가 강동원에게 건넸다. 그야말로 ‘각본 없는 뉴스’. 머리를 감싸쥐며 난데없이 뉴스를 읽게 된 강동원의 일기예보는 다음 날 인터넷에 ‘꽃미남 폭풍’을 예보했다.

 


대중문화 스타의 사회적 자리매김


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대중문화 종사자를 그냥 ‘연예인’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를 재조명해주는 자리”라고 뉴스룸 문화 초대석의 시도를 높이 산다. “대중문화인들을 ‘웃음’ 혹은 ‘감동’이라는 정형적 프레임에 가두지 않고, 소셜테이너들의 공간을 마련해줬다”는 대중문화 평론가 ‘김 작가’의 평가도 있다.


뉴스룸의 또 다른 스타, ‘팩트체크(펙첵)’ 김필규 기자의 에피소드. ‘팩첵’ 다음에 인터뷰가 이어질 경우 출연자가 미리 자리에 앉아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 정우성 역시 그랬다. 하필이면 그날 팩첵 주제가 ‘남자들, 소변 본 뒤 손 안 씻는 경우 많은데… 괜찮나?’. 방송 뒤 SNS에선 “김필규 기자가 국내에서 제일 깔끔할 것 같은 두 사람(손석희·정우성) 앞에서 ‘위생강의’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배노필 PD·JTBC

배노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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