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이후 삶 진지하게 고민” … ‘반퇴 시리즈’ 나비효과
중앙사보 2016.02.29

본지 기획 인터넷 등 달궈
연초부터 언론인상 휩쓸어

 

“중앙일보 반퇴(半退) 기사를 읽은 후 남의 일처럼 여겼던 퇴직 이후의 삶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본지 독자로 대형 증권사를 다니는 권모(47) 지점장이 지난해 늦깎이 대학원생이 된 이유다. 그는 “퇴직 이후 적어도 30년을 뭘 하고 살지를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며 “오랜 고민 끝에 20년 가까이 (증권가)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점검하고 새 일거리를 찾기 위해 대학원을 다니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반퇴 시리즈’의 날갯짓이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본지는 5년 후 덮칠 ‘퇴직 쓰나미’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각종 대안을 총 9부작에 걸쳐 24회 기획기사로 보도했다. 이를 위해 경제부, 사회 1·2부, 내셔널부, 정치부 소속 30여 명의 기자가 국내외 반퇴 현장을 누볐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반퇴 시리즈가 연초부터 언론인상을 휩쓸고 있다. 지난달 ‘씨티 대한민국 언론인상’ 시상식에서 경제전반 부문 으뜸상을 받은 데 이어 이달 25일엔 ‘삼성언론상’ 신문부문 어젠다상을 받았다. 삼성언론재단 심상복(전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상임이사는 “반퇴 시리즈는 거대담론을 얘기한 게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기획이라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특히 은행 계좌 만드는 법도 모르는 반퇴세대(2015년 12월 7일자 1면) 기사에 상당수 심사위원이 자신들의 얘기라며 크게 공감했다”며 심사평가 후일담을 들려줬다.


반퇴 날갯짓이 가장 먼저 영향을 준 곳은 인터넷이다. 다음 검색창에 반퇴라고 입력하면 중앙일보 반퇴, 반퇴시대, 반퇴시대 재산리모델링 등 반퇴 관련 연관검색어가 주르륵 뜬다. 다음카카오 커뮤니케이션팀 황혜정 매니저는 “반퇴에 대한 이용자의 관심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본지가 만든 신조어인 반퇴는 다음의 백과사전(트렌드지식사전)에도 올랐다. 네이버에서도 반퇴이민, 반퇴푸어 등 연관 검색어가 많았다.

금융업계에서도 반퇴가 화제다. 지난해부터 금융사는 반퇴 콘셉트에 맞춰 상품을 내놓고 있다. 특히 보험사가 연금 기능을 더한 종신보험 상품을 선보였다. 한마디로 살아서 받는 종신보험이다. 본지 ‘반퇴 테크’ 자문단으로 활동하는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언론사가 만든 신조어 중 반퇴가 최고 히트작인 거 같다”며 “무엇보다 반퇴 시리즈가 집중 보도되면서 고객의 노후설계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특히 반퇴 보도는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는 데 한몫했다. 지난해 3월 31일 보도된 ‘반퇴세대 울리는 펀드세금’에서 해외투자 펀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불합리한 세제 구조를 비판하자 정부도 이를 수용해 이달 29일부터 해외투자 펀드에도 1인당 3000만원(금융기관 계좌 합산)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노인의 기준이 환갑에 맞춰진 기존 제도가 반퇴세대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집중 보도했다(2015년 5월 1일자 1면). 이후 대한노인회가 65세인 노인 기준을 높이자는 의견을 내놓는 등 노인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공론화됐다.

올해도 반퇴 기획은 이어진다. 이 시리즈를 진두지휘한 정경민 경제부장은 “지난해 반퇴 준비의 중요성을 알렸다면 올해는 구체적으로 반퇴 이후에도 돈 걱정 없이 잘살 수 있는 ‘반퇴테크’의 비밀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중앙일보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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