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영하 16도에서 8시간 ‘뻗치기’ … 특종 낚아챈 근성
중앙사보 2016.03.07

일간스포츠의 서세원 취재기


인력 적어도 직접 현장 찾고
취재·행사 준비 … 1인 다역
업계 최고 자리 지키는 비결

 

"추우니까 따뜻하게 입어." 앞서 두 번이나 취재를 왔던 선배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서세원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타운하우스는 산기슭에 있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밖에서 '하리꼬미'해야 하니 아주 단단히 입어"라고 말해줘야 옳았음을 깨달았다. 서세원의 움직임을 기다리는 '스폿(spot)'은 여느 때처럼 차 안이 아니었던 것이다. 산기슭에 자리한 타운하우스는 주민을 제외하고는 인적이 드물어 외부에서 온 차량은 의심받기 쉬웠다. 선팅이 잘된 취재용 차량이라고는 하지만 금방이라도 관리인이 다가올 법한 분위기였다. 결국은 산을 타고 올라가 앙상한 겨울 나무 뒤에 거대한 망원렌즈를 설치해 자리를 잡았다. 선배의 부실한 인수인계에 투덜거리면서.

눈과 카메라를 '그 집 현관문'에 고정해 놓은 채로 생각에 잠긴다. 일명 '뻗치기 무아지경'이라고 한다. 기상청 발표 체감온도는 영하 16도. 정신을 다른 데 돌리려 해도 장시간 버티기 어려워 보인다. 오전 6시30분부터 시작된 고통의 시간을 신체 부위별로 정리해 보면-.


얼굴 : 로션을 듬뿍 바르고 왔다면 조금이라도 덜 추웠을까. 속주머니에서 마스크를 발견했을 때의 희열. 하지만 가끔씩 콧바람 얼음을 제거해 줘야 애처롭지 않다.

목 : 하나뿐인 핫팩을 이곳에 댔다. 핫팩을 오래 놓아두면 피부에 화상을 입을 거 같다. 목과 승모근을 움찔거려 조금씩 위치를 옮기는 기술이 생긴다.

귀 : 잠시 들리지 않아도 되니 귀가 없었으면 싶을 정도다. 버려진 후드티가 없나 고개를 돌려보게 된다.

허벅지 : 손으로 연신 비벼본다. 이 광경을 서세원이 망원경으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복에 바지·스키바지를 덧입은 내 하체에서 땀이 나는 상상을 해 본다.

발 : 역시 고통스러운 부위. 지열(地熱)이 조금이나마 전해질까 싶어 돌바닥이 아닌 흙바닥 쪽에 서본다.


하지만 무엇보다 '추운 곳'은 머리였다. 서세원은 4시간째 미동도 없다. 팀 카톡방에서는 내게 관심도 없다. 내 고생을 알아줄 여념은 더더욱 없다. 언제든 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스마트폰 테더링을 점검했다. 일간스포츠에서 '서세원 특종'은 특종이 아니다. 거창하게 칭찬받을 것도 없는 매일의 승부 중 하나일 뿐이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일들이 일상에서 일어난다.

타사보다 인력이 적지만, 그래도 업계 최고의 자리를 놓치지 않는다. 지면용 기사를 쓰며 온라인용 기사도 출고한다. 타사는 전화 취재로 넘길 사안을 우리는 직접 경찰서나 병원 같은 '현장'으로 간다. '삼시세끼' 열풍이 불었을 때는 천편일률적인 리뷰 기사 대신 직접 전라남도 신안군 만재도행 배를 탔다.

취재만이 아니다. 백상예술대상을 마치고 나면, 골든 디스크 준비가 시작된다. 골든 디스크가 마무리된 날 회식 자리에선 백상예술대상을 토의한다. 이제 명함을 내밀면 '일당백(一當百)'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예사가 됐다. 워킹맘이나 왕복 2시간의 출퇴근길 등 나름의 고충이 있지만 매서운 추위에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버텨왔다.

일곱 시간쯤 지났을까, 문을 열고 나온 서세원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보고를 받은 국장은 더 큰 칭찬을 가슴 속으로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앞서 두 번이나 함께 고생했던 선배는 "바이라인에 선배 이름을 나란히 넣겠다"는 내 말에 "웃기지 마"라고 답했다.

박현택 기자·JTBC플러스

박현택 기자
첨부파일
이어서 읽기 좋은 콘텐트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