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 공존의 질서에 기여 홍석현 회장, 한국인 첫 PCI 상 받아
중앙사보 2016.03.07

2월 25일 LA에서 시상식
'중국의 부상' 주제로 연설
현지 고교생과 질의응답도

 

홍석현 회장이 2월 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찾았다. 한국인 최초로 태평양세기연구소(PCI·Pacific Century Institute)의 PCI 빌딩 브릿지스 어워드(Bridges Award)를 수상하기 위해서다.


PCI는 미국과 아시아·태평양 연안국 간 상호 이해와 교류 증진을 위해 1990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2000년부터 아태 지역 국가의 가교 역할을 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한 개인과 단체에 브릿지스 어워드를 주고 있다. 지금까지 전 미국 국방장관, 미 국무부 차관보, 전 주한미국 대사 등 저명한 인사들이 받았다.

홍 회장은 2월 25일(현지시간) LA PCI 빌딩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역할을 주제로 수상 연설을 했다. 시상식 전후로도 전 주한미국 대사, 대학 교수, 언론인 등의 토론회에 참석했다. 동아시아와 국제관계에 관심 있는 현지 고등학생 8명과도 간담회를 했다. LA중앙일보를 들러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LA 한인 사회 명망가 초청 행사도 개최했다.


홍 회장의 연설은 행사를 찾은 청중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특히 언론계나 국제관계 등에 종사하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감명을 줬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장래 희망이 기자·외교관이라는 여고생 브렌다 아프레자(17·토머스제퍼슨 고교)는 연설을 듣고 "마음 속에 간직한 꿈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듯했다"고 말했다.


아프레자는 이날의 감상을 일기로 적어두었다고 한다. 그의 일기장에는 평소 존경하던 전 미국 외교관들이 모인 시상식 풍경 등이 적혀 있었다. 아프레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적은 일기를 재구성해 봤다.

 

2016년 2월 25일 목요일

나는 약속 시간에 늦는 지각대장이다. 친구들이 일부러 약속 시간을 20분 앞당겨 알려줄 정도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 PCI의 고교생 교육 프로그램 프로젝트 브릿지의 모임에 한국의 홍석현 회장이 온다고 해서다. 평소 외교관과 언론인을 꿈꾸던 나에겐 무척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 같았다. 약속 시간은 오후 5시 인터콘티넨털 호텔. 하지만 버릇은 못 고친다고 역시 15분이나 지각을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간담회장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뉴스에서만 볼 수 있었던 롤모델 캐슬린 스티븐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가 눈앞에 앉아 있는 게 아닌가. 당황스러우면서도 가슴이 뛰었다. 간담회장 한가운데엔 홍 회장이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보냈다.

그는 목소리가 참 멋진 장년 신사였다. 우리가 묻는 질문에 중저음의 목소리로 성심껏 대답해줬다. 질문 욕심이 생겼다.

"저도 스탠퍼드대에 가고 싶습니다. 기자가 되고 싶고 외교관도 하고 싶은데 마음가짐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긍정적인 생각,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게 중요해요."

곧 시상식이 열릴 시간이라 짤막한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이때만큼 내가 지각쟁이였던 게 원망스러웠던 적이 없다.

시상식에서 이어진 홍 회장의 연설은 흥미로웠다. 중국이 미국을 패권 경쟁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설명,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의 발전을 환영하며 상호 존중의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얘기는 이전까지 국제관계를 공부하며 접하지 못한 시각이었다. '일산불용이호(一山不容二虎·산 하나에 두 마리 호랑이가 같이 있을 수 없다는 뜻)' '송무백열(松茂栢悅·소나무가 무성한 것을 보고 측백나무가 기뻐한다는 뜻)' 같은 중국 속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청중은 35분 동안 이어진 그의 연설을 경청했다. 옆 자리에 앉았던 한 대학 교수 역시 "매우 솔직하고 강력한 메시지다. 흥미롭다"는 말을 반복했다.

나는 수첩에 '상호존중, 공존의 질서'라고 적었다. 홍 회장이 연설에서 여러 번 강조한 말이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 말을 중심으로 공부해 언젠가 당차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우자"고.

나는 오는 4월 PCI 소속 친구들과 한국에 간다. 국제 전문기자, 또 외교관을 꿈꾸며 처음 해외로 내딛는 발걸음이다. 국제관계 전문가와의 토론도 예정돼 있다. 그때까지 한국과 동아시아에 대해 공부할 것이다. 홍 회장처럼 미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이 풀어야 할 과제를 고민하고 나만의 해결책을 제시해보고 싶다.

오세진 기자·LA중앙일보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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