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리거 5인의 도전을 밀착취재, 14일간 14개 도시
중앙사보 2016.03.14

김식 기자의 메이저 리그 스프링 캠프 출장기

 

박병호 인터뷰하러 갔다가
USA투데이와 인터뷰도


애리조나서 류현진 만날 땐
경기장 경비원에 쫓겨날 뻔 
 

 

2월 15일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선수 취재 현장에서 USA투데이의 데이비드 도시 기자를 만났다.

“당신이 한국의 피터 개몬스인가?”

피터 개몬스(71·미국)는 메이저 리그에서 최고의 정보력을 갖춘 야구 기자다. 야구계의 거장을 나와 비교하다니. “말도 안 된다”며 손을 저었다.

“당신이 일하는 신문은 한국의 뉴욕타임스인가?”

명함에 적힌 ‘중앙일보’라는 사명를 보고 그가 또 물었다. 나는 웃으며 “그건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자 도시 기자는 한 소년의 사진을 보여주며 “내가 한국에서 입양한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박병호 선수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취재하러 미국에 간 나는 어느새 그의 취재원이 돼 있었다. “박병호는 어떤 스윙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박병호는 메이저 리그 강타자 앨버트 푸홀스를 좋아한다. 당신은 그런 박병호의 스윙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순간, 그의 눈이 반짝였다. 나도 알아챘다. 그가 ‘야마’를 잡았다는 것을. 예상대로 그는 멋진 기사를 써 USA투데이에 올렸다. 덕분에 나는 박병호에 대한 코멘테이터(취재원)로 미국 신문에 등장했다.

미국에서 그처럼 ‘나이스’한 사람만 만난 건 아니었다.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서 류현진(LA 다저스) 선수를 인터뷰할 땐 운동장 관리인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쫓아내려 했다. “여기는 선수들만 출입할 수 있는 클럽하우스다. 여기 들어오면 안 된다!” 류현진 선수가 관리인에게 “내가 여기서 인터뷰하자고 했다. 알아서 할 테니 그만 가보라”고 말해줘 겨우 취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선수는 일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메이저 리그 캠프에는 휴일이 없기 때문에 오 선수도 흔쾌히 약속했다. 그러나 구단 직원들이 “2주에 한 번은 일요일에 쉰다”며 훈련시설을 닫아 버렸다. 다행히 오 선수가 자신이 묵는 호텔로 초대해줘 취재를 할 수 있었다. 오전 실내훈련만 하고 짐을 싸던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 선수는 퇴근 10분 전에야 겨우 붙잡아 인터뷰를 성사시켰다.

11박14일의 미국 출장은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경유지까지 더하면 총 14개 도시를 돌며 한국인 메이저 리거 5명, 국내 프로야구 5개 팀을 취재했다. 메이저 리그 캠프는 2월 20일 전후로 시작하는데 나는 일주일 먼저 취재를 시작했다. 그리고 각개격파 끝에 계획한 취재를 모두 끝냈다. 그 결과 최고 야구스타들의 생생한 인터뷰와 사진·동영상이 지면과 홈페이지에 매일 실렸다. 경쟁지들은 뒤늦게 미국으로 기자를 급파하기도 했다.

야구 기자로서 난 16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1000번 넘게 야구장에 갔고, 1000명 넘는 야구인을 만났지만 메이저 리그 스프링 캠프 취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처음 가본 곳에서, 초심(初心)으로 뛰어다녔다. 느려졌던 심장 박동이 모처럼 빨라졌다. 피터 개몬스는 아니지만 잠시나마 ‘소년’ 피터팬이 된 것 같았다. 행군으로 시작해 여행처럼 끝난 출장이었다. 

김식 차장·중앙일보

김식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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