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특별한 화상회의, 한 달 뒤 알파고·이세돌 세기의 대결 준비하다
중앙사보 2016.03.21

알파고 개발 허사비스 CEO
지난달 홍석현 회장과 대담
AI
·바둑에 대해 깊은 대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을 약 한 달 앞둔 지난 2월 12일. A빌딩 21층 회의실에서 조금 ‘특별한’ 회의가 열렸다. 한국기원 총재인 홍석현 회장과 알파고 개발을 진두지휘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간 화상회의였다. 이 회의는 영국 런던에서 일하는 허사비스가 “한국을 방문하기 전에 홍 회장에게 먼저 화상으로 인사를 나누고 싶다”고 요청해 이뤄졌다. 하루 전부터 이하진 국제바둑연맹(IGF) 사무국장과 진희범 팀장을 비롯한 조인스 ERP팀이 미리 행아웃을 설치하고 딥마인드와 시범 화상회의를 하며 시스템을 완비했다.


회의는 한국 시간으로 오후 5시30분, 런던 시간으로 오전 8시30분에 시작됐다. 홍 회장과 허사비스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에 관한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다. 허사비스는 “영국이나 미국에서도 바둑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고, 이에 홍 회장은 “서구에서 동양 문화의 정수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화답했다. “바둑을 얼마나 잘 두느냐”는 홍 회장의 질문엔 허사비스가 “나는 1단이라 당신이 더 세다”고 답하기도 했다. (웃으며)

알파고 개발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허사비스는 “알파고는 18개월 전에 작동을 시작했다”며 “작동 1년 전부터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해 총 12명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알파고가 바둑 챔피언들을 이길 수 있다고 보느냐”는 홍 회장의 질문엔 “알파고는 대국 상대를 겪으며 계속 배우는 스타일인데 영국엔 강한 바둑기사들이 없어 약했지만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홍 회장은 이어 “바둑은 굉장히 많은 수가 있어 예측하기 어려운데 알파고 개발의 묘수(breakthrough)가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허사비스는 “뉴로(neuro) 네트워크 타입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기능을 갖췄다”며 “개발자들은 학습이 가능하도록 기본적인 길만 짜준다고 보면 되며 알파고가 실제로 바둑을 어떻게 이해하고 배우는지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이날 화상 회의는 당초 10분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출신 대학 등 다양하고 재미난 화제가 등장하면서 30분 가까이 이어졌다.  


조혜경 기자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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