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갑 겨냥 ‘센 언니’ 의 강펀치. 시청자 마음 강타한 욱씨남정기
중앙사보 2016.03.28

첫방 이후 포털 검색어 톱10
주말 지나며 호평 더 늘어


제목부터 논란이었다. 아주 소수의 지적(知的)인 지적자들만이 “두 여자 사이에서 남편이 양다리 걸치는 이야기냐”고 조심스럽게 질문해왔다(‘사씨남정기’의 내용을 기억하는 사람은 의외로 적었다). 물론 사씨남정기와 이 드라마는 아무 관련이 없다.

‘욱씨남정기’는 무사안일과 책임회피를 일삼고 살아가던 한 남자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피 뜨거운 여자를 만나 서로의 인생을 바꿔놓는 이야기다. 대본을 보자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바야흐로 걸크러시(여성이 다른 여성에게 감탄하거나 흠모하는 감정을 가리키는 신조어)의 시대. 게다가 수퍼 갑(甲)들의 갑질에 대한 만인의 분노가 팽배해 있는 세상이다. 눈치 보기 바빴던 을(乙)들이 ‘강한 언니’의 지휘 아래 뭉쳐 거대한 갑 앞에 당당하게 맞서는 이야기라면 승산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욱씨남정기’는 ‘제빵왕 김탁구’에서 ‘구가의서’까지 수많은 히트작을 내놓은 강은경 작가가 후배 주현 작가와 함께 집필하는 작품이다. 여기에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이형민 감독이 연출을 맡게 됐고, 되려다 보니 윤상현과 이요원이라는 맞춤형 배우도 금세 나타났다. 대한민국에서 윤상현보다 이 역할을 잘해 낼 배우는 별로 없을 거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이요원 역시 얼음공주 이미지가 여주인공 옥다정과 딱 맞아떨어졌다.


이후 조연진이 짜여지면서 ‘쉽게 망하지는 않겠다’는 확신이 왔다. ‘응답하라 1988’에서 각각 동룡이 아버지와 선우 엄마로 열연한 유재명과 김선영이 합류했다. ‘미생의 마부장’으로 유명한 손종갑이 드라마의 메인 악역으로 자리했다. 이밖에 남정기의 오른팔(?)인 박대리 역으로 거장 임권택 감독의 아들 권현상이, 남정기의 아버지와 동생 역으로 왕년의 톱 개그맨 임하룡과 그룹 2PM 멤버 황찬성이 가세했다. 어느 드라마에도 뒤지지 않는 두터운 진용이다.

사실 자신이 어떻게 찍히고 있는지는 배우들도 잘 모른다. 현장에서 모니터를 통해 촬영된 장면을 확인하기는 하지만 막상 편집해 놓은 화면을 보기 전까지는 그들도 일반 시청자나 거의 마찬가지 입장이다. 1~2분 안팎의 예고 영상으로 궁금증을 달래던 배우들은 방송 하루 전인 3월 17일, 제작 발표회장에서 공개된 15분짜리 압축본을 보고 엄지손가락을 함께 들어 올렸다.


방송 당일. 우리의 ‘욱씨남정기’는 tvN의 새 드라마 ‘기억’과 포털사이트 검색어 랭킹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에도 ‘욱씨남정기’는 검색어 TOP 10에 살아남아 있었다. 기특한 녀석. 눈물이 찔끔 나왔다.

화제성이 곧바로 시청률에 100%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일요일이 지나고 월요일이 지나면서 호평은 더욱 늘어났다. ‘JTBC가 오랜만에 한 건 하겠구나’라는 댓글만 봐도 배가 불렀다.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지만, 사보에서 이런 글을 써 달라고 청탁이 들어오는 것만 봐도 ‘욱씨남정기’를 만든 보람은 있는 것 같다.


‘욱씨남정기’의 홍보 문안에는 ‘고구마’와 ‘사이다’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인터넷 어법으로 고구마는 ‘속 터지게 답답한 상황이나 사람’을, 사이다는 ‘그런 상황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시원한 말이나 행동’을 가리킨다. ‘욱씨남정기’는 처음부터 ‘사이다 같은 드라마’를 표방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일찍이 성시경은 ‘마녀사냥’ 첫 회에 “계란으로 바위를 깨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바위를 더럽히기라도 하겠다”는 명언을 남겼다. ‘욱씨남정기’ 한 편으로 갑자기 모든 것이 달라질 리는 없겠지만, ‘지금부터 반격 시작’이라는 JTBC 드라마의 결의를 보여주기엔 충분할 것 같다. 어느 야구 만화에도 나온 말이다. “자, 이제 시간 제한이 없는 경기의 묘미를 보여 드리죠.” 다들 더 기대하시기 바란다. 좀 더.

송원섭 CP·JTBC

송원섭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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